영화 <피에타>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피에타’
“미안해, 널 버려서”…돈과 모정 뒤얽힌 ‘잔인한 비극’
“미안해, 널 버려서”…돈과 모정 뒤얽힌 ‘잔인한 비극’
잔인한 사채 청부업자 앞에
어느날 나타난 엄마란 사람
영화 막판 두 사람의 비밀이… 김기덕 “내가 조민수씨 오래된 팬”
조민수 “감독 만나니 좋은 느낌” 관객들은 대뜸 ‘또 얼마나 잔혹한 영화일까’란 궁금증부터 들지 모르겠다. 김기덕 감독은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피에타>(6일 개봉)에서 역시나 ‘악랄한 놈’ 강도(이정진)를 남자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극중 사람들은 이 남자를 “악마 같은 새끼” “천벌 받을 놈” “개쓰레기”로 부르며 치를 떤다. 사채업자 밑에서 돈을 받아내는 해결사 ‘강도’는 칼을 들고 원금의 10배를 요구한다. “1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애원하는 공장 노동자들의 손을 자르거나, 발로 밟아 다리를 부러뜨린 뒤 그들이 받는 보험금을 빼앗는다. 하지만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시각적인 불편함을 덜어낸 편이다. 손을 기계에 넣어 찍어 누르는 모습 따위를 대놓고 비추진 않는다. 기계에서 피가 흐르는 것으로 그 행위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며 그 상황의 잔혹함을 정서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쪽을 택하고 있다.
영화의 흥미는 “미안해… 널 버려서”라며 나타난 엄마(조민수)란 사람이 느닷없이 또 사라지고, 자기한테 당한 피해자들이 엄마를 납치한 것은 아닌지 강도가 당황해하는 순간부터 올라가기 시작한다. 엄마의 정체에 다가가는 일종의 스릴러 구조 덕에 ‘김기덕 작품’들 중 대중적 흡입력이 높은 편이라고 체감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
영화 중반부까지 잔인무도한 장면들과 반복적으로 마주해야 하지만, <피에타>는 결국 슬픈 영화다. 돈 없는 사람들의 돈을 갈취하며 살아가던 강도도 개떡 같은 삶에서 이제야 지켜주고 싶은 존재를 만났는데, 그가 갑자기 없어지자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가여운 사내다. 차라리 몸을 절단해서라도 사채 빚을 갚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삶은 절박하고 처절하다. 감독은 “사랑·명예·폭력·분노·증오·질투·복수·죽음이 (다름 아닌) 돈에서 비롯됐다”고 얘기하고 싶어한다.
<피에타>는 영화 막판 엄마와 아들 관계의 비밀이 드러나는 복수 이야기이지만, 결국 돈으로 계급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이란 폐부를 찌르는 영화다. 돈이 없어 바닥 인생으로 내몰린 사람들끼리도 돈 때문에 죽고 죽이려는 처참한 참극을 보여준다.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로 말하는 적나라한 ‘자본주의 사회의 실체론’이며, 이런 비극적인 사회에 대한 구원과 자비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감독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공범이며 죄인이다. 신에게 자비를 바라는 뜻에서 ‘피에타’라고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이다.
이 영화가 이정진에겐 연기 면에서 여러 고민을 던져줄 듯싶다. 감정의 격렬한 혼란을 느끼는 이런 부류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앞으로 연기자로서 무엇을 더 채워야 할지 그에게 과제를 남긴 영화로 보인다.
어떤 관객들은 영화의 반전을 미리 예감할 수도 있다. 눈치를 챘더라도 영화의 흥미가 급속도로 꺼지진 않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얼굴에서 서늘한 표정으로 변해가는 조민수의 눈빛이 영화를 채우고 있어서다. 영화는 도로 위에 점점이, 또 길게 핏물이 뿌려지는 장면으로 맺음을 한다. “불에 타 죽을 놈”이란 소리를 듣던 ‘강도’가 그만의 방식으로 용서를 갈구하는 그 장면은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순제작비 2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저예산으로 찍은 김기덕의 18번째 영화가 잔혹하기보다, 슬픈 영화로 더 기억되는 이유다.
<피에타>는 지난달 29일 개막해 9일 폐막한 베네치아영화제 기간에 러시아·노르웨이·터키·홍콩·그리스 등 20개국에 판매됐다. 지난 5월 이 영화를 구입한 독일은 오는 10월 ‘함부르크 영화제’에서 <피에타>를 상영한 이후 현지 개봉하기로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김기덕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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