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막 제가 왔다 갔다 하면 보는 사람이 불안하니까 전 그냥 보고 있어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면 안 다칠 건지 생각하면서….”
송 기자·조 피디의 엔딩크레디트 ‘세 줄 밑’
특전사 출신에 무술 10단
“맞아서 처박히는 연기 잘해”
‘간첩’에서 김명민 대역 등
영화·드라마 수십 편 출연
“실력 쌓아 무술감독도 하고
기회 되면 연기·외국진출 꿈”
스턴트맨 이광기씨
“잠깐…. 계산 좀 해보고요.”
특공무술 3단, 태권도 2단, 킥복싱 2단, 합기도 3단. “총 10단이네요.” 충남 부여에서 벼농사 짓는 딸부잣집 4녀1남의 막내아들인 그는 “대학에 가고 싶기도 했지만 집안 사정을 생각해 바로 부사관으로 입대했다”고 한다. 특전사 시절 낙하산 고공강하만 20여차례 했다. 스턴트맨이 될 만한 이력이라 여겨질 텐데, 이광기(27)씨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은 말을 하나 꺼냈다. “사실 고소공포증이 좀 있어요.”
2일 경기도 파주 서울액션스쿨에서 만난 그는 현재 관객 100만명을 넘긴 영화 <간첩>에서 배우 김명민의 ‘대역 스턴트’로 출연했다. 머리 스타일, 어깨너비, 키가 비슷해서인데, 물론 영화에선 자신의 얼굴을 감춰야 했다. 루게릭병 환자 역(<내 사랑 내 곁에>)을 위해 몸무게를 20㎏ 가까이 뺄 만큼 대역을 거부해온 김명민이라지만, 극 중 유해진과 뒤엉켜 고가도로에서 떨어지는 장면에선 스턴트맨의 도움을 구해야 했다. “부산에서 찍었는데, 8m 높이 정도였죠. 줄을 묶고 한바퀴 돌아 밑으로 떨어지다가 (줄을 당겨) 땅에 닿기 직전 멈추는 액션 연기였어요.”
지금도 높은 곳에 오르면 “무서울 때가 있다”고 한다. “감독의 ‘액션!’이란 단어가 스턴트맨 초기엔 공포로 느껴졌죠. 이젠 액션이란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안해져요. 그 순간에 내가 피하면 안 되는 일이니까요.”
김명민이 영화 막판 야구장에서 북한 간첩한테 맞아 엎어지고 벽에 부딪히는 ‘뒷모습’도 이광기씨다. 그는 “맞아서 처박혀 쓰러지는 연기를 잘해요. 그때 뭔가 부서져 파편이 튀어오를 때 기분이 좋죠”라며 웃었다.
“(살이) 찢어지는 정도”는 부상이라 내세울 것도 되지 않는다는 그는 두 바퀴 반을 회전하는 공중돌기 훈련을 하다 목에 금이 간 적도 있다. 지난 5월 끝난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 박유천 대역으로 수심 5m 물에 빠지는 장면을 찍은 기억을 떠올렸다. “제가 물에서 숨을 5분 정도 참을 수 있는데, 카메라에 (그림이) 잘 잡히지 않아서 물에 가라앉았다가 땅을 찍고 올라오는 걸 스무 번 정도 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달려오는 차와 충돌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엔, “밤에 무슨 꿈을 꾸었지?” “오늘 내가 잘못했던 일은 없나?” 하고 돌아보기도 한다. “연기하기 전에 동선 리허설을 한 뒤엔,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내가 움직여야 하는지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했다.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촬영하지만,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그의 부모님은 “막내가 영화 일을 하는데, 약간 위험한 일을 한다” 정도만 알고 있다. “누나들한테는 얘기했지만, 부모님은 걱정하실까봐….”
군 제대 다음해인 2009년 4월에 액션스쿨의 6개월 훈련 과정에 지원했다. “운동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그인들 왜 갈등이 없었겠는가. “다른 분들이 크게 다치면 그게 언제 나에게도 올지 모르니까 걱정도 되고, 나이 들어 이 일을 그만두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죠.”
수원에서 셋째 누나와 같이 산다는 그는 “한 우물을 파자”고 결심했다. <황해> <마이웨이>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 등 40여편 영화에 나왔고, 곧 개봉할 <감기>에선 장혁의 대역으로 촬영을 마쳤다.
“좀더 실력을 쌓아서 무술감독 위치에도 오르고 싶고, 액션이 가능하니까 기회가 되면 연기랑, 액션영화 연출도 하고 싶고요. 지난해 중국 영화에 스턴트맨으로 출연했는데, 외국에도 진출하고 싶어요.”
스턴트맨은 고난도의 액션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배우들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지부터 대뜸 궁금해하지만, 그는 “남들이 할 줄 아는 걸 하면 스턴트맨이 아니지 않으냐”고 웃으며 되물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라고 할 만큼 위험하고,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난 뒤에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5일 액션스쿨 훈련생, 스턴트맨 선후배들과 경기도 벽제 납골당을 찾는다. 액션스쿨에서 매년 두차례 하는 방문이다. 1997년과 2007년에 촬영하다 숨진 두 명의 스턴트맨이 그곳에서 쉬고 있다. “(선배님께) 우리를 잘 보살펴 달라고 인사를 드리고 오죠.” 미소를 짓는 그에게서 지금 막 ‘액션!’ 소리를 듣고 공포심을 눈빛에서 지운 ‘뜨거운 젊음’의 기운이 전해져 왔다.
파주/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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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맨 이광기씨
“스턴트맨은 자동차, 와이어, 오토바이 등등 다들 장기가 있는데, 저는 장비 쓰는 게 특기예요. 때려박고 어디 처박힐 때 은근히 매력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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