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한겨레 자료사진.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는 11일 (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
‘하비 와인스틴을 만난 밤, 그는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스스로 나를 지켜야 했다’('I had to defend myself': the night Harvey Weinstein jumped on me) 에서 “호텔 로비에서 하비 와인스틴과 저녁 약속을 잡은 날, 그는 저녁 내내 내게 추파를 던졌고 나를 고기 부위를 보듯 바라봤다. 그는 마치 내게 역할을 줄 것처럼 행동했지만 나는 그게 헛소리인 것을 알았다”며 “그는 성관계를 갖기 위해 그의 권력을 이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하비 와인스틴이 호텔방으로 초대했는데 그의 권력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여성 비서가 떠나고 단 둘이 되자 그는 이성을 잃고 갑자기 내게 뛰어들어 키스하려고 했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크고 뚱뚱한 그에게 온힘을 다해 저항해야만 했다”고 폭로했다.
레아 세이두는 침묵으로 동조한 영화계 사람들, 여성 배우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영화 산업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하비 와인스틴의 행동을 알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그 누구도 (그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나는 와인스틴 같은 남자를 항상 본다”며 “영화계에선 아주 강한 여성이 돼야만 한다고 느낀다. 와인스틴처럼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던 감독은 제게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너랑 섹스하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제가 20대 중반일 때요. 그는 절 매우 화나게 만들었죠. 그는 영화를 찍은 모든 여성 배우들과 잤어요. (중략) 또 다른 감독은 와인스틴처럼 제게 키스하려고 했고, 저는 그를 밀어내야만 했죠. 그 감독은 제가 그와 섹스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실에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어요.”
-레아 세이두
귀네스 팰트로와 앤젤리나 졸리를 포함한 유명 배우들의 성범죄 피해 사실이 연이어 폭로되자 와인스틴은 연예 매체 <페이지 식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완전히 충격을 받고 무너졌다. 나는 그 누구보다 사랑하던 아내와 아이를 잃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자 그의 아내 조지나 채프먼은 이혼을 선언한 상황이다. 와인스틴은 “아내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나는 조지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다시 화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와인스틴의 성범죄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자 미국 연예계는 물론이고 정계까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그가 민주당에 거액을 후원해 왔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와인스틴에 대한 보도를 보고 역겨웠다. 부와 지위를 막론하고 그런 식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성명을 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끔찍할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또다른 면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 콜린 퍼스, 엠마 왓슨, 조지 클루니, 메릴 스트립, 마크 러팔로 등도 그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배우 벤 애플렉은 이번 사태에 대해 “추가 폭로를 읽으니 역겹다”고 비판했다가 자신의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기도 했다. 벤 애플렉의 트위터를 보고 한 누리꾼이 “당신이 2003년 MTV ‘TRL’(Total Request Live)에서 힐러리 버튼의 가슴을 만졌다”고 지적했고, 힐러리 버튼도 “나는 (그의 행동을) 잊지 않았다”고 밝힌 것. 벤 애플렉은 결국 12일 “나는 힐러리 버튼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했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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