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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배역 따라 자유자재 ‘변신’ 류준열 “나는야 얼굴 김밥천국”

등록 2019-03-12 14:25수정 2019-03-12 20:18

‘응답하라’ 이후 ‘택시운전사’ ‘더 킹’
‘리틀 포레스트’ ‘독전’ ‘돈’까지
줄줄이 주역 맡아 ‘천의 얼굴’ 선보여
영화 <돈>의 한 장면. 류준열은 부자가 되기 위해 여의도에 입성한 초보 주식 브로커 조일현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영화 <돈>의 한 장면. 류준열은 부자가 되기 위해 여의도에 입성한 초보 주식 브로커 조일현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잘 생긴 것 같은데, 안 잘 생겼다’ 혹은 ‘안 잘 생긴 것 같은데, 잘 생겼다’

배우의 ‘외모 품평’은 예사로운 일이지만, 배우 류준열(33)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매우 독특하다고 할 만하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류준열 역시 비슷한 듯 정반대인 이 평가에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웃었다. ‘류준열은 잘 생긴 것인가’ 찬반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가 최근 새로운 ‘다작왕’의 반열에 오르며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는 데 있어 이런 평가가 왜 유의미한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함이다.

지난 2015년 티브이엔(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츤데레 같은 매력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배우 류준열은 이후 굵직한 작품의 주연을 맡으며 쉼표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류준열은 도시생활에 지친 친구에게 속 깊은 충고를 해 줄 줄 아는 심지 곧은 시골청년 재하 역할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류준열은 도시생활에 지친 친구에게 속 깊은 충고를 해 줄 줄 아는 심지 곧은 시골청년 재하 역할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특이한 건 다작하는 동안에도 그가 똑같거나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한마디로 갈 지(之)자 행보다.

<더 킹>(2016)에서는 들개파 조직의 2인자로 의리에 죽고 사는 상남자 최두일을, <택시운전사>(2016)에서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그저 음악을 하고파 대학에 갔다”고 고백하는 순수 청년 구재식을, <침묵>(2017)에서는 유명배우의 뒤를 밟는 지질한 스토커 김동명을 맞춤인 듯 연기해냈다. 그뿐인가. <리틀 포레스트>(2018)에서는 도시생활에 지친 친구에게 속 깊은 충고를 전하는 심지 곧은 시골 청년 재하를, <독전>(2018)에서는 유령 마약조직의 차갑고 냉정한 일인자 락(이선생)을, <뺑반>(2019)에서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천부적 능력을 지닌 뺑소니전담반 순경 서민재를 스크린에 생생하게 살려냈다. 오는 20일 개봉할 <돈>에서는 오직 부자가 되기 위해 여의도에 입성했지만, 위험한 거래에 휘말리며 윤리적 갈등을 겪게 되는 초보 주식 브로커 조일현으로 변신한다.

영화 <더 킹>의 한 장면. 류준열은 들개파의 2인자로, 의리에 죽고사는 상남자 최두일 역을 맡았다. 뉴(NEW) 제공
영화 <더 킹>의 한 장면. 류준열은 들개파의 2인자로, 의리에 죽고사는 상남자 최두일 역을 맡았다. 뉴(NEW) 제공

스토커 역 몰입하려 ‘덕질’

증권 브로커 역 위해 주식 투자

몸으로 캐릭터 익히는 “모범적 승부욕”

한번도 겹치는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는 것에 대해 그는 “특별히 변신하겠다는 의도는 없었지만 운이 좋았다”며 “시나리오를 볼 때 장르를 불문하고 ‘내가 극장에서 보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평범한 듯 개성 넘치는 그의 외모는 감독들에게 ‘어떤 캐릭터든 쉽게 입힐 수 있는 자연스러움’으로 인식된다.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은 “요즘 통하는 세련된 이미지 외에도 류준열에게서 의외의 순박하고 시골스러운, 자연스러움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신체조건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웃음)을 줬다”고 평한 바 있다. <독전>을 제작한 용필름 임승용 대표는 “<독전>에서 류준열은 마약조직의 숨겨진 리더 이선생과 버려진 말단 조직원 락이라는 이중 캐릭터를 함께 연기해야 했다. 차가우면서도 뜨겁고, 순수하면서도 악마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는 배우는 또래 중 류준열이 유일하다. 대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에 대해 배우 류준열의 반응은 이랬다. “잘생김은 추구해서 될 일은 아니다. 스스로의 외모를 ‘얼굴 김밥천국’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배역에 따라 필요한 모습을 가져다 쓰면 된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배우 류준열은 “음악이 하고싶어 대학에 갔다”고 고백하는 순수한 광주 청년 구재식 역할을 맡았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배우 류준열은 “음악이 하고싶어 대학에 갔다”고 고백하는 순수한 광주 청년 구재식 역할을 맡았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류준열은 늘 부지런하게 몸으로 캐릭터를 익히는 편이다. <뺑반> 땐 스피드를 체험해 봐야 할 것 같아 시속 300㎞까지 밟아 보기도 하고, <침묵> 땐 스토커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 평소 팬인 ‘박지성 덕질’로 워밍업을 했다. 곧 개봉하는 영화 <돈> 촬영을 앞두고는 직접 주식투자에 도전을 했단다. 그는 “선물, 옵션, 스프레드 등 전문 분야까지 들어가진 않았지만, 클릭 한 방에 10억, 100억이 왔다 갔다 한다는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잃을 때의 느낌을 알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함께 출연한 조우진은 “준열이답다. 공부 삼아 주식을 했다는데, 본인이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모범적인 승부욕이 있다”고 평가했다.

영화 <뺑반>의 한 장면. 류준열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뺑소니 추적에 천부적인 능력을 지닌 순경 서민재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영화 <뺑반>의 한 장면. 류준열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뺑소니 추적에 천부적인 능력을 지닌 순경 서민재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차기작으로 전쟁 영화 촬영 끝나

“좀비에 쫓기는 역할 해보고 싶어”

다작을 했지만, 포스터에 홀로 대문짝만하게 얼굴이 나온 작품은 <돈>이 처음이다. 원톱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혼자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진 않았을까? “부담보단 ‘이 맛에 영화를 하는구나’를 깨달았다. 영화도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다. 잘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보완점을 찾으면 된다. 결과가 아쉬워도 촬영하면서 만든 추억이 있지 않나.”

너무 전력질주하면 때론 멀미가 나지는 않냐고 물으니 재밌는 답변이 돌아왔다. “촬영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편이라 쉴 때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백수일 때 더 바쁜 스타일이랄까? 영화 보기, 드라마 보기, 소설 읽기, 운동하기 등 촘촘히 하루 단위 스케줄을 짜 놓고 체크리스트를 만들 정도다. 촬영할 땐 촬영장에만 가면 돼 오히려 여유롭다.”

영화 <독전>의 한 장면. 류준열은 마약조직의 숨겨진 보스 이선생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이라는 이중 캐릭터를 연기했다. 뉴(NEW) 제공
영화 <독전>의 한 장면. 류준열은 마약조직의 숨겨진 보스 이선생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이라는 이중 캐릭터를 연기했다. 뉴(NEW) 제공
<돈>을 통해 ‘부자가 되고 싶은 꿈’과 ‘돈에 끌려다니는 삶의 위험성’을 동시에 말하며 모두에게 공감 어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류준열. 어떤 캐릭터보다 <돈>의 ‘사회 초년생’ 조일현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에 “늘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단어에 설렌다. 철 들지 않고 계속 청춘으로, 초년생으로 살고 싶다”고 답했다.

길지 않은 연기 경력에도 웬만한 장르를 다 섭렵한 류준열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전쟁 영화와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데, 독립군의 봉오동 전투를 그린 <전투>(가제)를 이미 촬영한 터라 좀비 영화만 남았다. 아, 좀비 말고, 좀비에 쫓기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역할이 탐난다.” 부지런한 그의 성격으로 봐선 조만간 좀비물에서 조우할 듯 싶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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