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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누구냐 너” 금기 깬 혼돈의 매력…예열 끝낸 박찬욱의 ‘작가본색’

등록 2019-05-29 09:03수정 2019-05-29 15:32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⑧올드보이
감독 박찬욱(2003)
오대수(최민식)는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납치돼 15년간 감금생활을 한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 배달되는 군만두만 먹으며 살아간다.
오대수(최민식)는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납치돼 15년간 감금생활을 한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 배달되는 군만두만 먹으며 살아간다.
<올드보이>가 거둔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해외용.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이 영화는 서구 관객들에게 ‘입문용 한국영화’가 되었다. 이른바 ‘케이(K)-무비’의 본격적 시작인 셈이다. 그렇다면 <올드보이>가 한국영화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일단 이 영화가 등장했던 2003년을 살펴봐야 한다.

1999년 <쉬리> 이후 산업적으로 확산하던 한국영화가 그 다양성과 완성도에서 정점을 찍었던 건 4년 뒤였다.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실미도> <싱글즈> <장화, 홍련> <황산벌> <오! 브라더스> <바람난 가족>…. 이 영화들이 한 해 동안 쏟아져 나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 장르와 소재의 스펙트럼은 확장되었고, 금기는 파괴되었으며, 감독들의 상상력은 한껏 발휘되었다.

오대수(최민식)는 풀려난 뒤 감금생활 동안 매일 먹던 군만두를 만든 중국집을 알아내자 도끼를 들고 찾아간다.
오대수(최민식)는 풀려난 뒤 감금생활 동안 매일 먹던 군만두를 만든 중국집을 알아내자 도끼를 들고 찾아간다.
<올드보이>는 이 모든 현상의 정점이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서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으며, ‘프로덕션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키며 찌를 듯한 비주얼을 제시했다. 장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고, 클리셰를 거부하면서도 때론 영리하게 이용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카오스 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복수하는 자와 복수당하는 자, 가해자와 피해자, 선한 자와 악한 자, 연인과 혈육, 친구와 적… 이 모든 이항대립의 경계는 무너지고 관객은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같은 오대수(최민식)를 따라가다가 이우진(유지태)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냉정한 악마처럼 굴지만 그는 상처받은 영혼이며, 정당한 분노의 소유자처럼 보였던 오대수는 용서받지 못할 자이다.

이러한 ‘혼돈의 매력’은 <올드보이>를 통해 ‘박찬욱 스타일’로 자리잡았고,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 영화의 확장 혹은 변주였다. 박찬욱이라는 작가의 본색은 이 영화를 통해 제대로 드러난 셈. 더불어 <올드보이>는 2000년대 초 폭주하던 한국영화의 시대정신이었으며, 우리의 영화 역사는 <올드보이>라는 끓는점을 통과한 뒤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김형석/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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