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3 07:50
수정 : 2019.12.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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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과거 김기영 감독이 구축한 그로테스크한 세계관 위에 얹힌 봉준호식 세계관의 총합이라 할 만하다. 코미디 같은 가족 드라마로 서두를 시작한 이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거쳐 백주의 하드고어까지 장르를 종횡무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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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CJ 문화재단 공동기획]
새로운 100년의 첫번째 영화 <기생충>
감독 봉준호(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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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과거 김기영 감독이 구축한 그로테스크한 세계관 위에 얹힌 봉준호식 세계관의 총합이라 할 만하다. 코미디 같은 가족 드라마로 서두를 시작한 이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거쳐 백주의 하드고어까지 장르를 종횡무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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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시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의미 있는 건, 단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타이틀 때문만은 아니다. 봉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전통 위에, 즉 김기영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녀>(1960) <충녀>(1972) <육식동물>(1985) 등을 통해 김기영 감독이 30년 가까이 구축한 그로테스크한 세계관은 <기생충>의 ‘봉준호식 세계관’과 뒤섞이고 충돌한다. 그런 면에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 개인의 작가적 비전이며 동시에 한국영화의 가장 강렬한 미학적 지점에 대한 언급이다.
이전 봉준호 영화가 그렇듯 <기생충>은 ‘규정할 수 없는 장르 영화’다. 가족 드라마처럼 시작한 영화는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박 사장(이선균)의 가족에 침투하고 그들을 장악하는 코미디 같은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다 러닝타임이 절반에 이르렀을 때부터, 즉 쫓겨난 문광(이정은)이 돌아와 초인종을 누르는 시점부터 미스터리 스릴러로 치닫다가 클라이맥스에선 백주의 하드고어를 보여준다. 여기에 산수경석, 냄새, 선을 넘는 것과 지키는 것, 지하 공간 등의 다양한 메타포가 결합하면서 영화는 장르를 넘어 의미심장한 서사가 된다.
흥미로운 건 공간이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의 가족은 저 높은 곳에 있는 박 사장의 집에서 아득한 지하에 도사린 근세(박명훈)의 공간을 알게 된다. <플란다스의 개>(2000)의 보일러실, <살인의 추억>(2003)의 취조실, <괴물>(2006)의 교각 아래, <설국열차>(2013)의 열차 밑처럼 그곳은 어쩌면 ‘끔찍한 진짜 현실’이 벌어지는 곳이다. 여기서 감독은 지하에서 “리스펙트!”를 외쳤던 그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즉 ‘선을 넘는’ 상황을 보여준다. <기생충>은 숙주와 기생충의 전복적 관계를 감히 상상하며, 봉준호 영화에 왠지 모르게 감돌았던 불온한(?) 기운을 드디어 폭발(!)시킨다. 그런 점에서 <기생충>은 봉준호의 새로운 시작이며, 한국영화 서사의 작은 도약이다. <끝>
김형석/영화평론가
※한겨레·CJ 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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