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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살인사건 타래 풀며 드러나는 한국의 지옥도와 폭정의 역사

등록 2019-11-11 08:24수정 2019-11-11 08:25

[한겨레-CJ 문화재단 공동기획]
(89) <최후의 증인>
감독 이두용(1980)
158분짜리 영화인 &lt;최후의 증인&gt;은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는 것이 중추인 작품이 아니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영화는 1980년이라는 지긋지긋한 시간과 한국전쟁 이후 승승장구한 폭정의 역사를 증언한다.
158분짜리 영화인 <최후의 증인>은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는 것이 중추인 작품이 아니다.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영화는 1980년이라는 지긋지긋한 시간과 한국전쟁 이후 승승장구한 폭정의 역사를 증언한다.

김중엽과 양달수(이대근)가 연속으로 살해된다. 오병호 형사(하명중)는 이 두 사건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직감하고 수사에 나선다. 피해자들의 과거를 조사하던 중 오 형사는 6·25 당시 지리산 근처에 은신해 있던 공비 유격대장 강만호와 이들에게 겁박되어 있던 2명의 민간인, 황바우(최불암)와 한동주가 사건에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건의 한가운데에 빨치산 사령관의 딸, 손지혜(정윤희)가 있다. 사건의 타래가 서서히 풀리면서 오 형사는 손지혜가 강만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공비들 모두에게 윤간을 당했으며 이들이 당시 청년대장이었던 양달수에 의해 체포된 이후 황바우의 보살핌 아래 지냈던 것을 확인한다. 그러나 손지혜를 탐낸 양달수와 당시 검사 김중엽의 농간으로 황바우는 살인 누명을 쓰고 20년을 복역하고 풀려난 것이다.

러닝타임이 158분인 <최후의 증인>은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영화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수의 인물 관계도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의 전개가 살인 사건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의 과거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반을 넘어 얼개가 맞춰지면 범인은 의외로 간단히 추리가 된다. 따라서 <최후의 증인>의 중추는 범인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의외로 간단한 이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관객은 지난한 시간 동안 힘든 사건들을 목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범인이 확정되고 나서도 관객은 비극적이고도 황망한 세건의 죽음을 더 마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후의 증인>은 지긋지긋한 영화다. 긴 시간 동안 인물, 사건의 인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아내는 각 공간의 풍광까지 단 한치의 오점도 없이 야만과 발악만 남은 한국의 지옥도를 신랄하게 포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화는 최후의 증인조차도 멸한 이 땅에서 죽음이 아니라면 무엇이 답이겠냐는 ‘최후의 증언’을 남긴다. 1980년이라는 지긋지긋한 시간에서 탄생한 영화가, 한국전쟁 이후 승승장구한 폭정의 역사를 기록한 영화가 어찌 지긋지긋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효정 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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