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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 방학맞이 어린이 연극

등록 2006-08-06 20:10

멀리 떠나지 않고도 즐기는 모험
여름은 어린이 연극의 계절이다. 방학을 맞아 서울 각지에서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만 3살 이상이면 볼 수 있지만 공연에 따라 최적의 관람 연령은 조금씩 다르다.

아동극은 벌이가 되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적 측면을 배려하여 성의껏 만들어내는 공연이 많아졌다. 지금도 <꼬방꼬방>(사진·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일), <모자와 신발>(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20일), <반쪽이전>(서강대 메리홀, ~27일) 등 서울 전역에서 접근 가능한 연극들이 나름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은 연극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연극은 언제나 모험이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극장에서 벌이는 모험, 엄마 아빠의 손을 놓고 객석 한 가운데 가서 앉을 때 잠시 동안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모험, 주인공이 시련을 겪을 때 함께 느끼고 이겨내는 모험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앉히고 객석 뒤쪽에서 연극과 아이의 반응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연극이 아직 미숙했던 시절, 유럽이나 남미에서 왔던 어린이 연극들은 작고 소박한 연극 안에 많은 생각들을 담고 있어 놀라웠다. 예를 들면 1998년에 소개된 독일 극단의 <빨래하는 날>은 늙은 부부가 빨래 너는 단순한 과정을 ‘빨래 놀이’라는 형식으로 바꾸면서 인간의 욕망과 투쟁, 화해 관계를 즐겁게 그러나 적확하게 표현했었다. 이런 연극은 어른의 시선도 어린이의 것으로 바꾸어 세상살이의 근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고, 어린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감각과 사유를 동시에 열어주는 도가니였다.

올해 공연작들은 외국 작품이든 한국 작품이든 음악성과 놀이성 그 자체가 강조된다. 서울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아시테지) 참가작인 덴마크의 <마무리는 신나게>는 악단의 연주를 통해 삶의 위트와 유머를 표현했지만 순간 상황이 강조됨에 비해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없었다.

유홍영이 연출한 극단 사다리의 <꼬방꼬방>은 아이들의 놀이 속에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세밀한 연극적 발전은 없지만 어린이들에게 전래의 놀이와 리듬을 체험하게 한다. 실로폰과 메탈로폰을 비롯한 각종 악기의 화음, 지금은 동네에서 보기 힘든 골목의 놀이들, 해, 비, 바다, 나무 등 자연과 밀착된 동요들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어린이들의 감각을 유혹한다. 마지막 10분 동안 전해주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는 땅어머니의 모성애와 그를 벗어난 아이들의 위험과 모험을 다룬다. 잔혹하지만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성장신화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공간은 공연장 밖에도 있다. 극장 로비의 도서관(사다리 아트센터)이나 놀이터(메리홀, 자유소극장)는 또 다른 체험의 공간이다. 이 여름, 극장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노이정/연극평론가 voiv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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