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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 댄스뮤지컬 ‘가위손’

등록 2006-07-23 21:42

영화의 낭만 대신한 ‘현실적인 몸짓’
팀 버튼의 영화는 ‘맞고 자란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준다. 세상에 상처받고 마음을 닫은 이들에게 건네는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다. 〈가위손〉 역시 그 시즌 눈 내리게 된 사연을 잔혹동화로 그려내며 세상의 모든 아웃사이더들과 어깨동무한다. 그런데 영국의 안무가 매슈 본은 이 환상과 기괴미로 가득한 작품을 무대로 옮겨놓았다. 그것도 언어를 배제한 댄스뮤지컬 형식이라니, 얼마나 도전적인가.

댄스뮤지컬 〈가위손〉(7월 30일까지 엘지아트센터)은 영화가 얼마나 시적인지를 증명한다. 매슈 본은 팀 버튼에게 오마주를 바치며 영화의 줄거리와 타협했다. 그래서 금속성의 양날이 박대와 환호 사이에서 번쩍이지도 않고 창백한 주인공 에드워드가 무표정한 매력으로 호소하지도 않는다. 성(城)과 마을의 시각 디자인도 세트미학이 아니라 지시적 기능에 머물렀다. 정원사나 미용사, 조각가의 연출 장면은 재현 수준이다. 표면의 날카로움을 버리는 대신, 스토리를 산문적으로 풍부하게 다듬는다는 것이 매슈 본의 발상이다. 하지만 무대미술이 물질적으로 압도하지 못하니, 다소 심심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신 에드워드가 왜 창조되었는지, 세상에 나와서 꾸는 첫 꿈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를 둘러싼 미국 중산층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를 그려낸다. 일종의 밑그림을 보강하여 완성하는 차원이다. 이러한 방향전환은 〈가위손〉을 영화와는 다르게 보기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고딕풍의 낭만적 판타지가 팀 버튼의 세계라면 좀더 현실적인 이미지가 드리워진 것이 매슈 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마을 정경, 나무 담장의 정원, 실내를 번갈아 오가는 무대에는 대니 엘프먼의 음악을 따르는 일상의 몸짓이 리드미컬하게 설계된다. 매슈 본은 통통거리는 음색에 맞춰서 위트있고 대범한 표현으로 일관한다. 마을 사람들의 출퇴근, 소풍이라든가 에드워드가 출현한 이후의 소동을 스펙터클하게 연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에드워드를 둘러싼 욕망의 충돌에다 의미있는 음영을 깃들게 하는 안무이다. 바비큐 파티나 크리스마스 연례무도회에는 재즈 리듬이 가미됐는데, 스윙 댄스의 군무를 깔고 싶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매슈 본은 섬세한 음악적 안무를 통해 일상적인 몸짓을 이야기로 전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템포의 차이, 미세한 표현, 미장센의 큰 그림이 함께 출렁거린다.

그래서 영화보다 더 이 공연은 친절과 성적 욕망, 청교도 의식이 충돌하는 장면이 현실적이다. 에드워드의 파멸은 이미 자루가 터져버린 사회의 희생양인 셈이다. 어느 시점에서 매슈 본은 주인공에게 함축된 신체의 이미지를 근원적으로 살린다. 성에서 추는 여자친구와의 2인무가 단적인데, 이때 에드워드는 ‘가위손’을 벗고 접촉의 의미, 손의 의미를 살린다. 단절과 소외는 접촉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며, 비극은 신체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손은 로댕의 조각처럼 영감적이기 때문이다.

김남수/무용평론가 anacroid@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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