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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난쏘공’ 27년만에 다시 쏘아올린다

등록 2006-11-16 22:21수정 2006-11-17 00:59

첫 연극 연출 채윤일씨 지휘로 내년 3월에
“신자유주의 사회에도 ‘난쏘공’ 메시지 유효”
산업화 시대 도시 하층민의 삶을 담아낸 조세희씨(왼쪽)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내년 3월1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난쏘공〉은 1979년 극단 세실극장이 무대에 올렸다가 이듬해 신군부 등장으로 공연포기각서를 쓰고 3차 공연만으로 막을 내린 지 27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당시에도 연출을 맡았던 채윤일(오른쪽) 극단 쎄실 대표가 각색과 연출을 맡는다. 〈난쏘공〉은 채윤일, 이윤택, 김광림, 윤광진 등 중견 연출가 4명이 대학로의 상업화에 경종을 울리고, 소극장 운동 부활을 위해 내년 상반기에 계획한 ‘중견연출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원작은 난장이인 아버지, 어머니와 영수·영호·영희 삼남매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행복동에서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통장으로부터 재개발사업으로 철거 계고장을 받으며 시작되는 가족의 비극과 애환을 다루고 있다. 1978년 소설 초판 발간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과 노동자의 고통을 잘 잡아냈다는 평을 받았고, 70년대를 설명할 때 ‘난쏘공’이 보통명사로 사용될 만큼 이 시대의 문학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난쏘공〉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이유가 뭘까. 15일 광화문에서 만난 연출가 채씨와 원작자 조씨는 “사회는 민주화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준수나 비정규직 등 노동자 문제는 현재도 유효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고 장난 같은 검열은 없어졌지만, 지금은 거대자본과 신자유주의가 합세해 압박을 가하는 이때 〈난쏘공〉이 젊은이들에게 더 필요한 세상이에요.”(조씨) “초연 때는 검열을 피하는 것이 목표여서 원작을 충실히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어요. 이번 작품에선 ‘우리가 과연 어떤 시대와 사회에 살고 있는가’를 관객들이 깨우치도록 하고 싶어요.”(채씨)

세월이 흐른 만큼 다시 선보이는 〈난쏘공〉에도 변화가 있다. 우선 초연 당시 난장이 역을 맡았던 155cm 단신의 연극배우 김동수 대신 117cm의 인형을 등장시켜 원작에서 난장이로 상징되는 ‘소외계층’의 이미지가 한층 부각된다. 현재 각색작업을 하고 있는 채씨는 “김동수씨는 뒤에서 인형을 조종하며 대사를 하게 된다”며 “〈난쏘공〉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뫼비우스의 띠를 설명하는 수학선생과 한지섭이라는 인물의 비중을 강화해 극의 주제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연 때는 관객들에게 공감과 교훈을 주려고만 했었다”며 “브레히트의 ‘거리두기(일명 소외효과)’를 차용해 관객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연극 〈난쏘공〉과 관련해 “윤일이가 워낙 알아서 잘 하니까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가 없지만, 민주화 시기에 불러졌던 노래를 배경으로 썼으면 한다”며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갈등을 비롯한 노사관계의 문제가 극에 많이 녹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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