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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 번째 데이트, 드디어 내게 말을 걸었다

등록 2008-08-03 15:59수정 2008-08-03 16:53

김슬기 양에게 성남훈 작가가 남겨준 친필 사인
김슬기 양에게 성남훈 작가가 남겨준 친필 사인
[내가 본 매그넘 코리아] 고3 김슬기양
첫 만남은 보이는 것만, 두 번째는 생각대로
세 번째, 비로소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였다

한국 사진전 사상 최대의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매그넘 코리아전>은 휴가철과 방학을 맞아 더욱 많은 가족들과 학생들이 사진의 진수를 맛보고 있다. 지난달 4일 문을 연 뒤 8월 3일로 한달을 맞은 <매그넘 코리아전>은 지난 한 달동안 5만명을 넘어서며 사진전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역대 예술의 전달에서 전시된 사진전 가운데 가장 관객이 많은 전시회는 지난 2005년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전>으로, 두달동안 4만1천명의 관객을 모았다. <매그넘 코리아전>은 이 기록을 넘어 한 달만에 5만명이 찾아, 역대 최고 관객 전시회보다 두배 이상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 관객 가운데 남다른 느낌을 즐긴 이들의 감상기를 연재한다. 먼저 <매그넘 코리아전>에 세 번이나 발걸음 한 김슬기(안성여고 3)양의 감상기를 싣는다, 그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앞으로 보도사진가나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꿈꾸고 있다.(편집자)


김슬기 양(고3)
김슬기 양(고3)
매그넘 포토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 에이전시. 그 정회원의 절반 가량인 20명이 오늘의 한국을 찍어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을 연단다. 그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매그넘이니만큼 나도 꼭 보러 가야지 생각하던 참에 미술선생님이 할인 티켓 네 장을 주셨다. 세 번을 보러 갔고,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 보러 갔을 때, 낯선 세계로 빨아들이 듯 하는 사진들은 내게 특별했다. 그 특별함에 어쩔 줄 모르는 내가 오히려 낯설었다. 보이는 것을 보려했고, 보이는 대로 느끼려 했고, 보이는 것만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이런 나의 생각들은 너무 작았다.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 한참 생각했다. “사진 찍기를 오랫동안 즐겨오면서, 왜 난 많은 사진을 보지 않았을까?”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져 많은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을 찾아 봤다.

일주일 뒤,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을 다시 찾았다. 새로운 느낌, 새로운 생각으로 관람했다. 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걸 듣고 싶어 전시회 스태프를 찾아가 묻기도 했다. 알렉스 웹의 사진 속에 나타낸 흥미로운 직선과 빨간색. 알렉스 마욜리가 보여준 두 의미의 충돌. 스티브 매커리의 스님과 자연 그리고 물질문명의 경계. 구보타 히로치의 항공사진. 스튜어드 프랭클린의 아름다운 자연과 비무장지대의 지뢰. 내가 매그넘을 두 번째 찾아가서 만난 사진들이다. 첫 만남보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난 더 많이 사진들과 소통하였고, 그 소통을 통해 사진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더 예술의전당을 찾아가게 된 건 내가 좋아하는 성남훈 사진작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전시장 로비 한켠 비디오상영관에서 매그넘 사진을 주제로 콜로키움(소규모 토론회)을 연 성남훈 작가의 설명을 들은 뒤 세 번째 발걸음을 했다. 세 번의 느낌, 그리고 세 번째 사진과의 소통.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게오르기 핀카소프가 내게 말을 걸었다. 부산 해운대. 파도가 사람을 먹는 그 모습, 다이내믹함, 등 모두가 느꼈을 법한 그런 감정을 나도 느꼈다. 호텔 앞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에 비친 불빛들이 ‘단순한’ 시각적 화려함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처음 사진을 볼 때 어쩔 줄 몰랐던 내가 두 번째 관람을 하며 사진과 대화를 나눴고, 세 번째 관람에서 드디어 사진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느낀 이런 세 가지 느낌을 다른 관람객들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감상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정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

김슬기(안성여고 3)

‘매그넘이 본 한국’ 사진전 성황
‘매그넘이 본 한국’ 사진전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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