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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발레 꿈나무 ‘호두’ 깨고 나오다

등록 2008-12-09 19:11

 박슬기(오른쪽)와 이동훈(왼쪽).
박슬기(오른쪽)와 이동훈(왼쪽).
22살 동갑내기 박슬기·이동훈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 “앞으로 두고 보시라” 칭찬
박슬기(큰 사진 오른쪽)와 이동훈(왼쪽). 22살 동갑내기인 두 신예 춤꾼이 성탄 시즌의 인기 레퍼토리인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 화려하게 비상했다. 발레단이 배출한 최고의 남녀 스타 김주원(30)과 김용걸(35·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이 기대하는 춤꾼들이다. 두 춤꾼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1. 박슬기 “브라보! 점프 좀 보세요. 가볍고 우아하지 않아요?”

발레리나 박슬기가 날렵한 그랑 점프를 끝냈다. 찬탄이 터진다. 지난 7일 <호두까기 인형>의 순회 무대가 열린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은 프리마돈나 박슬기를 위한 무대였다. 주인공 마리 역으로 첫 데뷔 무대를 치른 그를, 최태지 단장과 김주원은 “앞으로 두고 보라”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정신없어서 1막이 어떻게 끝났는지 몰랐어요. 2막부터 긴장을 풀었더니 관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무대 뒤에서 만난 박슬기의 당찬 소감이었다. 그는 “첫 주역이라 떨렸지만, 파트너 이원철(수석무용수) 오빠가 잘 리드해 주었다”며 “마지막 인사 때 갑자기 울컥했다”고 말했다.

박슬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발레 영재’ 출신. 지난해 준단원으로 입단하자마자 <백조의 호수>에서 스페인 공주로 솔로 데뷔를 했다. 올해는 <지젤>에서 포도축제를 축하하는 2인무인 ‘패전트 파드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0월 오디션을 거쳐 1년 만에 정단원으로 승격하면서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 역을 따내는 등 국내 발레의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다. 최 단장은 “힘이 좋고 유연하며 팔이 길고 아름다운 상체 라인, 뛰어난 탄력, 타고난 감성이 강점”이라고 귀띔했다.

박슬기는 5살 때 언니 박나리(24·싱가포르댄스시어터에서 활동 중)씨를 따라 발레학원에 갔다가 발레에 빠졌다. 2006년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동상, 부다페스트 월드 갈라의 시티즌스 초이스상과 비평가상, 2007년 한국국제무용콩쿠르 금상, 상하이 국제무용콩쿠르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받으며 일찍부터 대기의 가능성을 보여왔다.

“테크닉 뛰어난 김주원 언니와 표현력 좋은 알렉산드라 페리(전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주역 무용수)를 닮고 싶어요. 사실 대학 때부터 꿈꿔온 <백조의 호수>와 <지젤>을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

 박슬기(왼쪽)와 이동훈(오른쪽).
박슬기(왼쪽)와 이동훈(오른쪽).
#2. 이동훈 박슬기의 주연 데뷔 전날 국립발레단은 한 발레리노의 스타 탄생도 예고했다.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마리의 연인인 왕자 역으로 처음 나온 이동훈. 181㎝의 늘씬한 키와 귀공자 같은 얼굴, 힘이 넘치는 도약과 회전 등으로 우아하면서도 남성적 힘이 넘치는 발레를 구사해 갈채를 받았다.

“연습한 만큼 무대에서 나오는 거죠. 서울 공연 전까지 부족한 점을 메꿔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는 현재 세종대 무용과 4학년생. 오랫동안 눈독을 들인 최 단장이 지난 9월 오디션 없이 특채했다. 2006년 러시아 페름 아라베스크 국제발레콩쿠르 동상, 2007년 코리안 국제 발레 콩쿠르 은상, 2008년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세미파이널 리스트 등 벌써부터 경력이 화려하다. 중학교 시절에 농구와 비보이에 빠져 있다가 무용을 전공한 체육 교사의 권유로 중학교 3학년 때 뒤늦게 발레로 진로를 틀었다.

“처음엔 매일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게 지겹고 다리 찢는 것도 너무 아파 3주 만에 그만뒀지요.” 그러나 “발레를 중단하니 몸이 근질근질해” 다시 학원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진짜 시련은 이때부터. 그의 몸이 발레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레의 가장 중요한 신체 조건 중 하나가 골반부터 발끝까지, 두 다리가 이루는 각이 180도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됐어요. 심지어 춤꾼에겐 최악인 평발인데다, 비보이를 즐기다 보니 상체 근육이 울퉁불퉁했고 무릎도 튀어나왔어요.”

튀어나온 무릎을 바꾸려 다리를 묶어놓고 자기도 하고, 의자에 다리를 올린 뒤 무거운 생수통을 얹어 놓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체형을 교정했다.

이동훈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개인 레슨을 받지 않았다. 학원에서 배운 발레 실력과 노력, 열성만으로 고교 시절 한국발레협회 콩쿠르 등 국내 12개 대회를 석권했다. 그는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주역 발레리노인 호세 마르티네스의 균형감과 섬세한 테크닉, 품위 있는 연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작품요? 일단 감정 연기가 필요한 <지젤>과 <백조의 호수>죠. 힘이 넘치는 남성적 발레인 <스파르타쿠스>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대구/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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