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과자상자와 봉지를 이용해 만든 ‘박스아트’ 작품.
크라운-해태제과의 예술경영
송추에 100만평 아트밸리…직원들 미술활동 만끽
작가들이 작품 돕기도…매출↑ 인수합병 후유증↓
송추에 100만평 아트밸리…직원들 미술활동 만끽
작가들이 작품 돕기도…매출↑ 인수합병 후유증↓
지난 8일 아침 7시30분 경기도 송추 계곡의 잣나무 밭에 무리 200여명이 모였다.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크라운베이커리 직원들이 ‘모닝 아카데미’를 듣기 위해서다. 모닝 아카데미는 2004년 말 주 1회 마케팅 등의 실무 교육으로 시작해 현재는 주로 음악가, 미술가 등을 격주로 초청해 연주와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을 듣는 교양 교육과정이 됐다. 날씨가 좋은 4월~9월에는 송추 연수원 숲속에서 열리는데, 이날 144회차는 충남 논산 개태사 주지 정양산 스님이 ‘불교와 음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제품의 질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고객의 감성을 얼마나 자극하느냐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특히 과자는 감성 제품인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강연 뒤 만난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은 감성 마케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고객을 감성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직원들의 감성 지수가 앞서야 하죠.”
직원들 감성지수를 높이는 장소가 바로 송추 계곡이다. 30년 전 구입해 직원 연수, 등산 코스로 쓰인 연수원 일대 100만평의 임야를 2006년부터 ‘아트밸리’라 이름 붙이고 전사적인 예술 실험을 벌이고 있다. 임도를 정비하고 기슭에서 솎아낸 나무가 재료. 모든 임직원들이 참여해 엔진 톱, 끌, 조각칼 등을 이용해 조각품을 만들고 임도를 장식했다. 지난해는 사내 20개 팀이 참여해 경선을 벌였고 올해 4~5월에도 부서별로 꾸린 20개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등팀한테 주는 상은 해외 조각공원 견학. 일과 시간에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작품 활동’을 해도 무방하다. 회사는 직원들이 야외조각을 할 수 있도록 임도 곳곳에 컨테이너를 설치할 계획이다.
“누구나 작가적 소질은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퇴화됐지요. 그것을 되살리자면 최소한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크라운해태가 모닝아카데미 외에 작가 아틀리에를 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문 닫은 모텔을 구입해 ‘아틀리에’로 바꾼 그곳에는 조소, 회화 작가인 최성철, 정국택, 강민규, 강덕봉, 염시원, 유둘씨가 입주해 있다. 작가들은 공간을 무료로 쓰는 대신 직원들의 작품 활동을 자문한다. 윤 회장은 그곳에 자신의 공간을 두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 ‘아트샵’에서 작가들과 점심을 함께 들면서 감성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다.
크라운해태제과는 회장 직속으로 에스엠(SM:전략관리), 에이엠(AM:예술관리), 이엠(EM:전시관리), 디엠(DM:디자인관리), 유시아르엠(UCRM:온라인아트관리), 콘텐츠팀을 두어 감성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들 부서에서는 아트밸리 외에도 본사 1·2층과 지하에 개설된 ‘갤러리 쿠오리아’, 어린이 손님을 위한 ‘피카소체험관’, 10개 분야의 인형공모전 등의 미술 분야, 국악 전문연주단인 ‘낙음국악단’, 아이러브클래식·청소년음악페스티벌·토페라 등의 각종 공연을 관리하고 있다. 토페라는 약식 무대에 가수와 변사가 등장해 말과 노래로써 하는 약식 오페라.
감성 경영은 겉만 번지르르한 구호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윤 회장은 “이건 영업비밀인데…”라면서 몇 가지를 털어놨다. “과자의 포장지 디자인을 바꾸었더니 판매량이 4배가 늘어난 사례가 있어요. 또 인기 제품인 ‘오 예스’ 상자의 뒷면에 심명보 화백의 작품 ‘장미’를 인쇄해 4개를 연결하면 완성된 작품이 되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경쟁 회사 제품의 매출을 눌러버렸어요.”
회사가 가장 자랑하는 결과물은 박스 아트. 일단 뜯으면 쓰레기가 되는 과자 상자와 봉지를 재활용해 멋진 작품으로 바꾸어 매장을 장식하도록 한 것. 그것은 일선 영업사원들의 몫이다. “전국에 작은 가게가 13만개, 대형 편의점이 6000여개에 이릅니다. 본사에서 도저히 통합 관리를 못합니다. 감성 경영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키운 영업사원들이 독자적으로 매장을 멋지게 꾸미는 거죠. 그러면 목 좋은 곳에 제품을 진열할 수 있고 매출도 쑥쑥 올라갑니다.” 감성 경영의 최대 효과는 크라운해태제과의 화학적 결합. 2005년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인수합병돼 매출은 크게 늘어났지만 단기 순이익(순손실)이 2004년 125억원에서 2006년 -269억원으로 급락했다. ‘선합병 후통합’의 후유증으로 해태제과 영업직 노조의 170일에 걸친 장기 파업과 ‘자사 제품 불매 운동’이 있었기 때문. 이를 풀기 위한 것이 바로 ‘등산 경영’, ‘감성 경영’이었다. 함께 조를 짜 작품 활동을 한 크라운해태 직원들은 남이 아닌 식구가 됐다. 각각 이뤄지던 물류가 통합된 것도 그런 영향이다. “송추 아트밸리는 크라운해태 화합의 성지입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해태상 색칠하기. 효과가 좋으면 직원 및 고객들을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야외 모닝아카데미에 앞서 직원들이 교육장용 박석을 목도로 운반하고 있다.
직원들이 폐품을 이용해 만든 임도변 설치 작품.
회사가 가장 자랑하는 결과물은 박스 아트. 일단 뜯으면 쓰레기가 되는 과자 상자와 봉지를 재활용해 멋진 작품으로 바꾸어 매장을 장식하도록 한 것. 그것은 일선 영업사원들의 몫이다. “전국에 작은 가게가 13만개, 대형 편의점이 6000여개에 이릅니다. 본사에서 도저히 통합 관리를 못합니다. 감성 경영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키운 영업사원들이 독자적으로 매장을 멋지게 꾸미는 거죠. 그러면 목 좋은 곳에 제품을 진열할 수 있고 매출도 쑥쑥 올라갑니다.” 감성 경영의 최대 효과는 크라운해태제과의 화학적 결합. 2005년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인수합병돼 매출은 크게 늘어났지만 단기 순이익(순손실)이 2004년 125억원에서 2006년 -269억원으로 급락했다. ‘선합병 후통합’의 후유증으로 해태제과 영업직 노조의 170일에 걸친 장기 파업과 ‘자사 제품 불매 운동’이 있었기 때문. 이를 풀기 위한 것이 바로 ‘등산 경영’, ‘감성 경영’이었다. 함께 조를 짜 작품 활동을 한 크라운해태 직원들은 남이 아닌 식구가 됐다. 각각 이뤄지던 물류가 통합된 것도 그런 영향이다. “송추 아트밸리는 크라운해태 화합의 성지입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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