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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의 벽’ 넘은 조성진…‘즐기는 연주’로 세계를 홀리다

등록 2015-10-21 19:32수정 2015-10-21 22:14

쇼팽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

자정 넘은 우승 발표에
가슴 졸이던 음악계 환호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런 몰입
콩쿠르 아닌 협연 같았다

23일까지 갈라 콘서트 출연
내년 2월초 한국서 연주무대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마지막 연주를 하고 있다. 조씨는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샤바/유튜브 화면 갈무리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마지막 연주를 하고 있다. 조씨는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바르샤바/유튜브 화면 갈무리
“우승자는 조성진입니다.”

21일 0시50분(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 미러홀. 1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제17회 쇼팽 국제 콩쿠르 결선 연주가 끝난 뒤, 우승자 발표는 자정을 훌쩍 넘겨 이뤄졌다. 결선 진출자 10명이 쇼팽협회 관계자 및 음악계 인사들, 각국의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조성진(21)의 이름이 불렸다. 환호성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이번 대회는 공식 누리집과 유튜브, 모바일 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본선과 결선이 진행된 지난 3주간, 국내에서도 많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한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을 염원하며 밤잠을 설쳤다.

조성진은 지난 18일 결선 진출자 가운데 첫번째로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서울시향(정명훈 지휘),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미하일 플레트뇨프 지휘) 등과 여러 차례 협연했던 곡이어서인지 긴장한 기색 없이 연주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콩쿠르 결선 연주가 아니라, 그냥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같았다. 바르샤바 필은 1악장에서 조성진의 호흡을 세심하게 읽어내지 못하고 엇박자 반주를 했으나, 조성진은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이끌어갔다. 2악장에서의 우아한 서정미와 투명한 음색, 3악장에서의 눈부신 기교와 장악력은 이후의 참가자들과 뚜렷이 차별되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쇼팽협회의 후원 아래 수많은 무대에 오르게 된다. 당장 21일부터 사흘간 다른 입상자들과 함께 바르샤바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우승자 갈라 콘서트에 출연한다. 이어 내년 초까지 바르샤바 필(지휘 야체크 카습시크)과 함께 유럽 및 아시아 순회 연주를 펼친다. 한국 청중은 내년 2월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들을 수 있다. 새달 초에는 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이 그의 예선과 본선, 결선 연주 음원을 담은 쇼팽 음반도 출시한다.

1927년 창설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5년에 한번 오직 피아노 부문만 열린다. 예선, 본선, 결선을 거치는 동안 독주곡, 협주곡 등 쇼팽의 핵심 레퍼토리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우승자는 자연스럽게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간판을 얻게 된다. 역대 우승자로는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년·이탈리아),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년·폴란드) 등 쟁쟁한 거장들이 있다.

최근 수년간 한국 피아니스트의 국제 콩쿠르 입상 소식은 줄을 이었으나, 궁극의 권위와 명성을 지닌 이른바 ‘3대 콩쿠르’(차이콥스키, 퀸 엘리자베스, 쇼팽)에서는 단 한 명도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조성진의 우승은 그동안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이 남긴 아쉬움과 ‘결선 진출자는 실력에 따라 결정되지만 우승자는 정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말끔하게 해소했다. 한국인에게는 ‘마의 벽’을 넘는 순간이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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