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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기업 ‘영미식 경영 실험’ 결과는?

등록 2010-10-28 10:50수정 2010-11-23 14:21

일본 5개 전자기업 실적 동향
일본 5개 전자기업 실적 동향
구조조정·연공서열 파괴…‘주주중심 경영’ 도입중
현장주도 혁신 등 일본 강점 살린 ‘제3의 길’ 모색
2005년 3월, 소니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를 선임했다. 2004년 삼성전자에 업계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되자 소니 미국법인에서 근무하던 하워드 스트링어를 회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스트링거는 부임하자마자 인적 쇄신부터 했다. 방만한 소니의 사업구조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5월에는 대대적인 사업구조개혁을 위해 조지 베일리 전 아이비엠(IBM) 반도체사업 부문장을 시티오(CTO·Chief Transformation Officer; 최고변화책임자)로 영입해 1만6000여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했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에서도 인적 구조조정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평생고용을 지향하던 일본 기업의 전통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이 밖에도 일본식 경영 전통과 다른 모습이 종종 보인다. 도요타와 스즈키에서는 오랜 경영자 중심 체제를 깨뜨리고 오너 일가가 갑작스레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혼다와 히타치는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전무를 곧바로 사장으로 지명하는 등 능력 위주의 인사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도요타의 오노 미쓰루 사회책임경영실장은 “과거 도요타는 이해관계자인 고객, 종업원, 지역사회를 고려한 경영을 했지만, 이제 외국인 주주가 30%가 넘기 때문에 주주도 중요하게 고려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은 기존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체제를 버리고 영미식 주주중심 경영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그 결과, 성과는 어떨까? 이런 변화를 ‘경영혁신’이라 부르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 주요 정보기술기업의 실적 회복세가 주요 근거로 거론된다. 톰슨 데이터스트림이 집계한 다섯개 대표 정보기술 기업의 올해 예상 실적을 보면, 파이어니어를 뺀 네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다. 소니(1.0%), 샤프(1.9%), 도시바(1.8%) 세개 기업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1%대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글로벌 선두업체인 삼성전자나 애플과는 여전히 비교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2010년 3분기까지 누계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약 90%, 영업이익은 약 16%가 늘었다. 애플의 2010년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67%, 148% 증가했다. 반면 일본의 다섯개 대표 정보기술 기업은 모두 매출액이 줄었다. 위기를 맞아 사업을 줄이는 과정에서 비용 지출이 줄어 영업이익률이 소폭 호전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과거 일본 기업의 대표적 핵심역량으로 알려진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가 훼손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적 석학인 아오키 마사히코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일본 기업의 변화 방향은 전면적으로 과거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주주가치 중심 체제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 ‘경로 의존적(path-dependence) 방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오키 교수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와 조직구조를 연구한 학자다.

결국 일본 기업 진화의 방향은, 고유의 특성은 유지하면서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영미식 주주중심 경영을 지나치게 빠르게 도입하는 전략은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일본 기업은 과거 ‘일본형 경영’으로 세계 경제에 돌풍을 일으켰다. 기획과 실행을 분리하는 서구 기업과 달리, 작업장에서 노동자가 주체가 된 혁신으로 제품력을 높였다. 수시로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주주가치 중심 기업과 달리, 임직원을 주요 이해관계자로 설정하고 장기고용과 연공서열을 중시해 조직 경쟁력을 높였다. 단기적 투자자보다는 주거래은행 등 장기적 투자자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경영자 중심 지배구조를 유지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을 이뤄냈다. 그 결과 놀라운 성장을 달성했지만, 오랜 기간 침체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그 모든 요소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순히 영미식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다. 투명성, 성과급 등 주주중심 경영의 요소를 받아들이되, 혁신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 등 과거의 장점은 살리는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메이지유신 때 500개 기업 설립에 관여하며 ‘일본 현대 기업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이치로부터 시작된 일본 현대 기업사는, 그 뒤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 중이다. 도요타/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jkse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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