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지역에 있는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베이징 분행 영업점 창구에서 직원이 손님과 상담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4부 한국편-아시아를 딛고 세계로
7. 하나금융
중국인 직원 93% ‘토착경영’
금융상품 개발 등 재빨라
점포수 3년새 7→13곳으로 지난 2일 찾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지역의 하나은행 베이징 분행(일종의 지역본부). 현대자동차그룹 중국지주회사 빌딩 1층에 자리잡은 영업점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익은 하나은행 로고와 녹색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출금 창구에서 만난 재중국한국인회 직원 박매화(24)씨는 “중국은행들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서비스도 만족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박씨는 “지점 수는 중국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하나은행 직불카드로 중국 다른 은행의 자동입출금기에서 출금할 때 수수료가 면제되기 때문에 돈을 찾는 데 불편한 점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 중국법인이 ‘토착 경영’을 통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7년 12월 법인 설립 당시 분행 5곳과 지행 2곳 등 7개에 불과했던 점포는 3년 만에 13곳으로 늘어났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칭다오·옌타이 등 연안지역 핵심 도시에 잇달아 하나은행 간판을 내걸었고, 선양·창춘·하얼빈 등 동북 3성의 거점도시에는 외국계 은행 최초로 분행을 설립했다. 김인환 하나은행 중국법인장(은행장)은 “동북 3성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고, 한반도와 중국을 연결하는 요충지로서의 의미도 있어 선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는 하나은행이 동북 3성의 대표적인 은행인 지린은행의 지분 18%를 사들임으로써, 동북 3성에서 다른 외국계 은행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에 문을 열었지만, 현재 대출금과 예수금 규모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3년 전 법인 출범 때 66억위안이었던 대출금은 지난 10월 말 86억위안으로 늘었다. 예수금은 같은 기간 5억위안에서 85억위안으로 17배나 급증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해에도 40%가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중국 고객이 크게 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전체 대출금에서 중국 기업과 개인 고객에 나간 대출 비중은 2007년 말 19.8%에서 지난 10월 말 49.8%로 늘었고, 10.6%에 불과했던 중국인 예수금 비중도 69.3%까지 증가했다.
하나은행 중국법인 임직원들은 이런 성과가 현지화 전략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계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법인의 동사장(이사회 의장)과 감사, 상임 부행장을 중국인 금융전문가로 채웠고, 상하이와 선양 분행은 중국인이 분행장을 맡아 영업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계 은행 출신 현지인을 기업금융전담역(RM)으로 채용했다. 전체 직원 335명의 가운데 312명이 현지인으로, 현지인 비율(93%)이 한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국내에서 건너간 직원들의 경우 국내 하나은행에 사표를 낸 뒤, 중국법인에 신규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김인환 법인장은 “배수의 진을 치고 중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중국어와 문화를 빨리 배우고 현지 업무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최근에는 부임 후 1년이 지나야 가족을 중국에 데려올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출 심사와 전산개발·운영 업무를 서울 본점이 아니라 중국법인에서 처리함으로써 대출 의사결정과 상품 개발의 속도를 높인 것도 하나은행 중국법인만의 특징이다.
현지화 전략이 빠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중국계 은행이나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국외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은행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들의 국외 경영 성과와 비교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인환 법인장은 “중국 당국의 금리 규제와 새 금융상품에 대한 인허가 제도, 낮은 인지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3년 동안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장기적으로 규제완화까지 이뤄지면 중국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중국인 직원 93% ‘토착경영’
금융상품 개발 등 재빨라
점포수 3년새 7→13곳으로 지난 2일 찾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지역의 하나은행 베이징 분행(일종의 지역본부). 현대자동차그룹 중국지주회사 빌딩 1층에 자리잡은 영업점 입구에 들어서자 눈에 익은 하나은행 로고와 녹색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출금 창구에서 만난 재중국한국인회 직원 박매화(24)씨는 “중국은행들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서비스도 만족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박씨는 “지점 수는 중국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하나은행 직불카드로 중국 다른 은행의 자동입출금기에서 출금할 때 수수료가 면제되기 때문에 돈을 찾는 데 불편한 점은 없다”고 덧붙였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