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베이의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투싼을 살펴보고 있다. 투싼은 현재 필리핀 최고의 인기 차량 중 하나로 주문이 6개월이나 밀려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4부 한국편-아시아를 딛고 세계로
4. 현대자동차그룹
4. 현대자동차그룹
신형 쏘나타·투싼 등 인기
국외공장 풀가동해도 부족
일본차 하나둘씩 제치고
필리핀 시장점유율 상승세
“수요만 맞춰도 3→2위 가능” “도대체 차를 언제 보내준다고 합니까. 고객들이 아우성이에요.” 필리핀 마닐라베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대리점의 루디 알라노 팀장은 한국에서 기자가 왔다는 말을 전해듣자마자 하소연을 시작했다. 주문은 엄청나게 밀려들고 있는데 차량이 공급되지 않아 팔 수가 없다는 말이다. 특히 공급이 모자라는 투싼아이엑스(ix)는 6개월치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 선루프가 달린 최고급 모델은 6월 이후에는 한 대도 공급받지 못했다. 이런 반응은 필리핀에서 현대차 판매 독점계약을 맺고 있는 하리(Hyundai Asia Resources, Inc.) 쪽도 마찬가지였다. 페레즈 아구도 사장은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만약 주문한 만큼 차가 공급됐다면 필리핀 시장 2위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필리핀 시장 점유율 12.3%로 도요타와 미쓰비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 강호 혼다와 이스즈 등 일본차들을 하나하나 제치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점유율 2.76%(9위)에 그쳤던 2004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페레즈 사장은 “현대차의 신차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실적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국내 3위 브랜드 진입을 회사의 목표로 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미 달성해버리는 바람에 무엇을 목표로 제시해야 될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까지 현대차는 필리핀에서 7873대가 팔렸는데 올해는 10월까지 두배 가까운 1만4181대를 팔아치웠다.
브랜드 이미지도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페레즈 사장은 “예전에는 현대 브랜드보다는 시디알아이(코먼레일 다이렉트 인젝션) 기술을 강조했는데 이제는 브랜드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김군기 코트라 마닐라 사무소 부장은 “대부분의 일본 회사들이 현지에 조립공장을 갖고 있어서 세제 면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데도 현대차의 점유율이 이렇게 급격히 높아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도 “부품 공급이 완성차의 판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차량 수리가 지연되는 점 등은 빨리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이런 질주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아세안 지역에 3만2625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3만2415대)를 웃도는 숫자다. 글로벌 점유율 역시 올해 1분기엔 지난해보다 떨어진 4.8%였으나 3분기엔 5.5%까지 올라섰다. 현재 현대차의 글로벌 공장은 대부분 가동률이 100%에 이르러 차량 생산이 판매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돌풍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쏘나타, 투싼, 아반떼 등 지난해 이후 등장한 차들이다. 쏘나타는 10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16만6628대가 판매됐는데, 이는 쏘나타 20만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생산하는 대로 거의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카 앤 드라이버>는 최근 발표한 ‘올해 최고의 차 톱10’에 쏘나타를 선정하면서,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이 됐다”며 신형 쏘나타의 성능 향상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최근 일본에서 만난 도요타의 한 관계자도 “‘현대차는 도요타의 악몽’이라는 미국 <포천>의 분석은 말 그대로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도 ‘품질제일주의’를 무기로 브랜드 장벽을 정면돌파했던 현대차는 이제 고급 대형세단 에쿠스의 미국 출시를 준비하는 등 또 한차례 ‘퀀텀 점프’(대약진)를 준비하고 있다.
마닐라/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국외공장 풀가동해도 부족
일본차 하나둘씩 제치고
필리핀 시장점유율 상승세
“수요만 맞춰도 3→2위 가능” “도대체 차를 언제 보내준다고 합니까. 고객들이 아우성이에요.” 필리핀 마닐라베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대리점의 루디 알라노 팀장은 한국에서 기자가 왔다는 말을 전해듣자마자 하소연을 시작했다. 주문은 엄청나게 밀려들고 있는데 차량이 공급되지 않아 팔 수가 없다는 말이다. 특히 공급이 모자라는 투싼아이엑스(ix)는 6개월치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 선루프가 달린 최고급 모델은 6월 이후에는 한 대도 공급받지 못했다. 이런 반응은 필리핀에서 현대차 판매 독점계약을 맺고 있는 하리(Hyundai Asia Resources, Inc.) 쪽도 마찬가지였다. 페레즈 아구도 사장은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만약 주문한 만큼 차가 공급됐다면 필리핀 시장 2위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필리핀 시장 점유율 12.3%로 도요타와 미쓰비시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 강호 혼다와 이스즈 등 일본차들을 하나하나 제치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점유율 2.76%(9위)에 그쳤던 2004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페레즈 사장은 “현대차의 신차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실적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국내 3위 브랜드 진입을 회사의 목표로 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미 달성해버리는 바람에 무엇을 목표로 제시해야 될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까지 현대차는 필리핀에서 7873대가 팔렸는데 올해는 10월까지 두배 가까운 1만4181대를 팔아치웠다.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마닐라/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