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 합작 재벌봐주기” 비판
횡령-분식회계 1심 선고
횡령-분식회계 1심 선고
10년 동안 계열사 및 위장 계열사에서 366억원을 빼내 비자금을 만든 뒤 이 가운데 326억원을 개인적으로 쓰는 등 거액의 회사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박용오(69)씨 등 두산그룹 총수 가족 4명과 전·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비자금 22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창욱(57)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이에 앞서 1161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역시 구속 기소된 조양호(57) 전 대항항공 회장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5c표 참조) 이에 따라 검찰과 법원이 합작한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강형주)는 8일 박용오·용성(66) 전 두산그룹 회장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용만(51) 전 부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원을, 박용욱(46) 이생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 세 형제가 비자금을 조성해 가족 자금과 이자 대납비로 사용하고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두산산업개발에서 이뤄진 2838여억원의 분식회계에 개입한 혐의와 두산산업개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빌린 돈의 이자 139억원 등을 갚는 데 비자금을 사용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두산그룹의 신용도와 국가신용도를 훼손했고 피해액이 크지만 횡령금 전액을 반환하는 등 정상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경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장 등 함께 불구속 기소된 전·현직 임원들도 각자 징역 8개월∼2년6개월이 선고됐지만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박 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실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재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던 검찰은 이날 그다지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기호)는 “항소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항소를 하게 되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하게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팀 관계자는 “횡령액을 모두 변제했는데도 벌금이 부과된 것이 좀 의외였다”며 “전반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불구속 원칙이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것이지 힘있는 사람을 보호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검찰이 애초에 불구속 기소라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법원이 부담을 느껴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나무 이춘재 김태규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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