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의 거센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요구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증액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놓고 여야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터라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부겸 총리는 7일 추경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2년이 넘는 동안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희생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을 위한 합당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국회가 뜻을 모아주신다면 정부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사실상 정치권의 추경 증액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1월 말 14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줄곧 정치권의 증액 요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는 이런 입장 변화에 앞서 청와대와 각 부처간 핵심 인사들 간의 긴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재부는 증액에 반대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증액에 동의하는 등 부처 간 이견이 있었다. 어제(6일) 예결위를 앞두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 정부 입장이 최종 정리됐다”고 말했다. 입장 정리를 위한 이 자리에는 김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외에도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기존 안보다 더 많은 예산안 편성에는 공감 뜻을 밝혔으나 증액 규모에 대해선 여지를 뒀다. 김 총리는 “과도한 국채 발행이 국가채무의 증가는 물론 금리와 물가, 국채시장에 영향은 준다”고 언급했다. 대규모 증액은 조심스럽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금고지기’인 홍남기 부총리도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서 2∼3배 늘리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증감액 협의는 (정치권과) 같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35조원~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증액 여지는 열어두면서도 재원 마련 방법은 국회로 넘겼다. 김 총리는 “힘든 부분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냐는 것이다. 그것까지 (정치권이) 합의해줘야 정부가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올해에 쓸 수 있는 예산 중에 일부 항목에서 돈을 줄이자는 등 건강한 제안을 하면 정부도 임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국채 발행이든 지출 구조조정 등을 합의하면 이를 따를 수 있다는 예기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등으로도 추경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 마련 방법을 놓고선 여야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방역지원금 대상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법인택시 기사 등도 포함하는 등 35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증액분은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자는 쪽이다. 국채 발행 부담은 차기 정부에서 예산 조정을 통해 덜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반면 추경 규모를 5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빚을 내기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삭감해 코로나19 지원용 예산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예결위 위원들이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추경 증액을 요구하면서도 국채 발행에 따른 부작용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증액 수준과 함께 재원 마련을 놓고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공식 선거전이 시작하는 15일 전에 논의를 마무리하려는 계획이나, 국민의힘은 지출 구조조정을 여당이 받아들인다면 추경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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