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고물가’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경기 위험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상황에 맞춰 인상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17일 <한겨레>가 국회 인사청문회(19일)를 위해 이 후보자가 제출한 전체 서면 답변서를 살펴본 결과, 그는 현재로서는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 결정 시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물가의 상방 위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장의 하방 위험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총재 부재 속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이었다” “제가 생각한 방향과 다르지 않다”고 이 후보자는 평가했다.
이에 이 후보자가 취임 이후 물가를 통화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추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올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의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지난 2월 전망수준(3.1%)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물가 오름세가 좀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 후보자는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여지도 남겼다. 그는 “물가 상방 위험과 성장 하방 위험이 동시에 증대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물가와 경기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한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들의 변화에 주목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 나간다는 뜻이다. 현재는 물가 안정이 더 시급해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보지만, 경기 둔화 폭이 클 경우엔 통화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금리 결정에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한 긴축도 고려는 하되 국내 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는데, 현재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국내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유럽, 남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자본유출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연준이 예고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대해서도 “한은이 지난해 8월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선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한 번에 큰 폭으로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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