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했다. 한국은행
‘6 대 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물가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대표 비둘기파(완화정책 선호) 주상영 금통위원까지 금리 인상 편에 섰다. 한은이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본색을 완연히 드러내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8개월 동안 네차례에 걸쳐 1%포인트에 이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린 터라 경기가 얼마나 버텨줄지 불확실해서다. 한은 스스로도 금리 인상 결정 뒤 추가 금리 인상은 “물가와 경기의 균형을 고려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보름 전만해도 금통위가 4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본 시각은 많지 않았다. 1월에 한 차례 올린 데다 지난달 31일 이주열 전 총재 퇴임에 따라 이번 금통위가 총재 공백 상태에서 열리는 만큼 ‘숨고르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공감대는 이달 초 3월 소비자물가가 4% 벽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빠른 물가 상승에 한은의 긴축 발걸음이 좀더 빨라지지 않겠느냐는 견해들이 한은과 시장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6명의 금통위원 모두 금리 인상에 표를 던질 것이란 예상은 많지 않았다. 그간 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도 줄곧 소수 의견을 낸 주상영 금통위원이 동결 쪽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였다. 위원 4표 이상 얻어야 금리 인상 안건이 처리되는 한은법 규정을 들어 동결과 인상 가능성이 팽팽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올린 것은 단연 물가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1%로 바라봤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이 발생하면서 한은은 물론 정부와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고물가가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금통위 직무대행을 맡은 주 위원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급 측에서 발생한 물가 상승 압력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결정의 핵심 키워드가 고물가임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매파 본색을 드러낸 듯한 한은의 다음 행보는 어떨까. 금통위 직후 회의 결과를 설명한 주상영 위원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둔 발언을 내놨다. 주 위원은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은 피한 채 “우크라이나 사태는 물가에는 상방 압력을, 성장에서는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며 “오늘 금통위는 물가 상방 위험에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성장 하방 위험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흐름에 부쩍 신경을 쓴 듯한 발언이다. 치솟는 물가 탓에 ‘급한 불 끄기’ 차원에서 금리를 올렸지만 앞으로는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시장의 해석이 뒤따랐다. 신얼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직후 낸 보고서에서 “(금통위 회의 결과와는 달리) 기자회견은 덜 매파적(긴축정책 선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내달 26일 예정된 다음 금통위에선 위원 간 의견이 다시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 위원은 “물가 (상승 위험)와 경기 하방 위험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에 금통위원들 생각이 다양해질 수 있다”며 이런 관측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인사청문 절차를 밟고 있는 이창용 총재 후보자의 시각에 시장의 관심은 높다. 다음 금통위부터 이 후보자가 참석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원론을 뛰어넘는 구체적인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아직까지 언급한 바 없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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