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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총수 ‘럭비공 인사’가 속병 키웠다

등록 2006-03-30 02:18

[‘김재록 로비파문’ 확산]
현대차 내부고발 왜 나왔나
‘황제경영’ 속 임원은 ‘파리목숨’
석달새 대표이사 3명 물갈이도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단서가 결정적인 제보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몽구 회장의 경영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 불만을 품은 내부 고발자의 제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그룹에서 분리된 뒤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총수의 황제경영이 언젠가는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임직원들은 ‘2인자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자주 한다. 그룹 차원의 모든 의사결정은 정몽구 회장이 내린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는 계열사별 또는 사업본부별 대표가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지만 이마저도 정몽구 회장의 한마디면 언제든지 뒤틀릴 수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최근 몇해 사이 사업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현장경영’을 강조하면서 계열사별 독립경영은 더욱 훼손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회장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40개 계열사에 그룹 매출 87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서는 위험한 경영구조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회장의 ‘오른팔, 왼팔’이란 말도 듣기 어렵다. 현대차 한 임원은 “2인자 또는 측근으로 부각되면 곧바로 퇴출 대상에 오른다”며 “그래서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이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엘지전자 부회장 같은 스타 경영인이 현대차그룹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에서 임원들은 파리목숨이다. 그룹의 인사시스템은 ‘예측불허의 원칙’, ‘럭비공 인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한해 동안에만 부사장급 이상 사장단 인사를 11차례나 단행했다. 주주총회에서 정식 등기이사로 선임된 최고경영자급 인사들도 5명이나 임기 이전에 퇴출됐다. 계열사 중 한곳은 3개월 사이에 세 차례나 대표이사를 물갈이한 사례도 있다. 대부분 ‘일신상의 사유’라는 이유를 대지만 그룹 내에서 ‘정몽구 회장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조직도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형식상으로는 그룹 기획총괄본부가 있지만 경영전략추진실, 감사실 등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들끼리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룹 계열사의 한 전직 임원은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자동차사업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묵묵히 시킨 대로 일을 잘하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야 잘되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강조했다”고 전하며 “잦은 인사와 회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위압적 문화가 이번 사건이 표면화된 빌미를 제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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