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초 유력…“우리가 바빠질 것 없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이 8일 새벽 출국 엿새 만에 귀국함에 따라 검찰이 소환 준비를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불러 비자금 조성 경위와 불법 로비 및 경영권 승계 비리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어서 두 사람의 소환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정 회장이 급거 미국으로 떠난 이튿날인 이달 3일 정 사장을 출국금지한 후 미국에 체류 중인 정 회장에게 "수사를 오래 하면 자꾸 혐의가 늘어난다"며 귀국을 종용했다.
불법행위와 관련해 이미 많은 부분을 확인했으니, 들어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이다.
검찰이 정 회장 쪽으로 연결된 각종 비리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귀국 즉시 소환조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일정 등을 감안하면 주말에 정 회장을 전격 소환조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제로 검찰은 현대차 수사를 벼농사에 비유하면서 수확 단계라고 언급했지만, 정 회장이 들어오더라도 뜸을 더 들여야 한다며 당장 소환하지는 않을 계획임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곧바로 불러서 조사할 것도 아니고, 정 회장이 들어와도 우리가 바빠질 건 없다"며 여유까지 보였다.
수사팀은 주말에도 전원 출근해 현대차 실무자들을 보강 조사하고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등 두 사람 소환에 대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 부자가 소환되는 시점에는 이미 사실상 현대차 관련 수사가 끝나고, 정 회장 등을 포함해 현대차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내사를 해왔고 범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과 제보를 확보한 데다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와 관련된 수사가 많이 남아있어 현대차 수사는 가급적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은 정 회장의 새로운 비리 의혹을 들춰내기보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확보한 혐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런 정황과 만 68세인 정 회장이 장거리를 이동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 주 초쯤 수사팀이 정 회장을 소환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그룹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는 시점에 정 회장이 상의도 없이 갑작스레 출국했던 점을 감안해 출국금지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승계 문제 등 민감한 사안으로 압박하면 정 회장이 돌연 재출국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처럼 수사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정 회장의 귀국 직후 태도나 현대차 그룹의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소환시기는 의외로 늦어질 개연성도 있다. 정 회장이 입국 직후 비자금 조성 의혹을 모른다며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한 점과 현대ㆍ기아차 그룹에서 검토되고 있는 총수 일가 일부 재산의 사회환원 방안 등이 소환시기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을 두 번 이상 부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만큼 사전에 모든 조사를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냉각기'를 둘 수도 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정 회장 소환이 다음주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재계에 미칠 충격파를 고려해 정 회장과 정의선 사장을 따로 부를지 아니면 같은 날 함께 소환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검찰이 고민해야할 문제 중 하나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수사팀은 주말에도 전원 출근해 현대차 실무자들을 보강 조사하고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등 두 사람 소환에 대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 부자가 소환되는 시점에는 이미 사실상 현대차 관련 수사가 끝나고, 정 회장 등을 포함해 현대차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내사를 해왔고 범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과 제보를 확보한 데다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와 관련된 수사가 많이 남아있어 현대차 수사는 가급적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은 정 회장의 새로운 비리 의혹을 들춰내기보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확보한 혐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런 정황과 만 68세인 정 회장이 장거리를 이동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다음 주 초쯤 수사팀이 정 회장을 소환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그룹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는 시점에 정 회장이 상의도 없이 갑작스레 출국했던 점을 감안해 출국금지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승계 문제 등 민감한 사안으로 압박하면 정 회장이 돌연 재출국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처럼 수사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정 회장의 귀국 직후 태도나 현대차 그룹의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소환시기는 의외로 늦어질 개연성도 있다. 정 회장이 입국 직후 비자금 조성 의혹을 모른다며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한 점과 현대ㆍ기아차 그룹에서 검토되고 있는 총수 일가 일부 재산의 사회환원 방안 등이 소환시기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을 두 번 이상 부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만큼 사전에 모든 조사를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냉각기'를 둘 수도 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정 회장 소환이 다음주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재계에 미칠 충격파를 고려해 정 회장과 정의선 사장을 따로 부를지 아니면 같은 날 함께 소환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검찰이 고민해야할 문제 중 하나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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