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 기술로 ‘기가’서 ‘테라’로 삼성 주도 플래시메모리 시장 확대될 듯 삼성전자가 새로 선보인 반도체 기술은 미국과 일본 업체에 의해 발명된 뒤 35년 동안 사용돼온 기존 반도체 기술을 대체할 한국 독자 기술의 등장을 뜻하는 것이다. 메모리 집적도도 1년만에 갑절이나 끌어올리며 ‘메모리 신성장론’을 연거푸 입증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11일 신기술 발표회장에서 “기존 나노 공정기술의 한계인 50나노 장벽을 허물고 40나노 이후 차세대 나노공정의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독자 기술로 테라시대 예고=지난 1971년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영구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가 개발된 이래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줄곧 사용한 공정 기술은 ‘플로팅 게이트’라고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50%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난 1989년 일본 도시바가 이 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처음 개발했다. 그러나 이 기술로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셀 사이의 간섭 현상과 공정 수 증가로 초미세화 작업과 대용량화에 한계가 있었다. 2, 3위 업체인 도시바와 하이닉스가 아직 50나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5년여 연구개발 끝에 선보인 시티에프(CTF) 기술은 셀 사이의 간섭을 완벽히 해결하며 수십년간 지속해온 기술 한계를 뛰어 넘었다. 황 사장은 “기존 기술과 완벽한 단절을 선언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새 기술을 앞으로 20나노 256기가 급까지 적용할 계획이어서, 기가를 넘어 2010년 이후 테라(기가의 1천배)시대로 진입하는데 경쟁사에 비해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새 기술 개발로 지금보다 싼 가격에 낸드플래시를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돼 플래시메모리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년에 두배 성장’거듭 입증=삼성전자는 지난해 50나노 16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이어 꼭 1년 만에 40나노 32기가를 내놓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메모리 저장 및 처리 능력을 1년 만에 갑절이나 키운 것이다. 삼성은 1999년 256메가 낸드플래시 개발을 시작으로 2001년 1기가, 2002년 2기가, 2003년 4기가, 2004년 8기가, 지난해 16기가를 거쳐 7년 연속 메모리 집적도를 매년 두배씩 높여왔다. 현재 40나노 32기가는 메모리 용량으로 볼 때 세계 최대 규모다. 1나노는 10억분의 1이다. 반도체를 만들 때 칩에 그려 넣는 회로폭이 작을수록 더 많은 자료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다. 1기가는 10억배를 나타내는데, 32기가는 손톱만한 반도체 칩 1개 안에 트랜지스터 320억개가 작동하는 용량이다. MP3에는 1만6천 곡의 노래를, 휴대용 단말기에는 디브이디(DVD) 40편의 영화를 담을 수 있다. 이런 반도체 기술의 진화로 멀지 않은 장래에 디지털기기 사용자들은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황 사장은 “지난해가 ‘플래시 러시’의 해였다면, 올해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여는 ‘플래시토피아’(Flashtopia)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첫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250조원 신규시장 열린다”=40나노 32기가 기술이 시장에 본격 도입되는 2008년 이후에는 경제적 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최소 250조원의 신규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MP3 플레이어, 디카, 휴대전화 등에 적용되던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올해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PC)에까지 장착됐다. 하드디스크가 없는 ‘디지털 컴퓨터’ 시대가 열린 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컨버전스화로 이런 추세는 더 확산될 것이란 얘기다. 이날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용량의 신물질 메모리인 512메가 P램과 새 개념의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용 시스템온칩(SoC)도 내놨다. 현재 삼성전자는 △테라 및 페라 시대를 겨냥한 초고용량 반도체 △하나의 칩에 메모리, 로직, 센서, 중앙연산처리장치(CPU), 소프트웨어 기능 등을 적용한 퓨전 반도체 △원자 20배 정도 크기인 10나노 공정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등 이제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도 개발 중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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