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유명 금융사 이름 도용
감독당국 “단속 근거없다” 뒷짐
감독당국 “단속 근거없다” 뒷짐
일부 대부업체들이 ‘현대캐피탈’이나 ‘신한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회사 이름을 그대로 베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감독당국은 등록·단속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등록대부 업체 6609곳 가운데, 현대차 그룹 계열의 여신전문회사인 현대캐피탈의 상호를 그대로 도용한 업체가 3곳,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인 신한캐피탈을 베낀 3곳이 영업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의 상호를 베긴 2곳과 여신전문회사인 한국캐피탈을 도용한 1곳도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서울시 이외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합칠 경우 제도권 금융회사의 상호를 도용한 대부업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금융 등 ‘우리’를 상호에 삽입해 우리금융그룹 자회사인 것처럼 위장한 대부업체는 94곳이나 됐다. ‘하나금융’ 등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를 흉내 낸 대부업체는 80곳, 신한투자금융 등 ‘신한’을 도용한 대부업체는 34곳, 국민캐피탈 등 ‘국민’을 집어넣은 대부업체는 21곳이다. 이밖에 상호에 ‘삼성’을 넣은 곳은 38곳, 현대는 83곳, 엘지는 1곳이 있었다. ‘제일기획’ 이름을 그대로 베낀 대부업체도 8곳이나 됐다.
불법 채권추심 등이 두려운 서민들은 이런 이름을 보고 제도권 금융회사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부업체인 줄 알고 이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현재로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카드, 보험 등의 이름은 법에 따라 함부로 회사 이름에 쓸 수 없게 돼 있지만 캐피탈은 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쪽은 “소비자들이 제도권 금융사로 혼동할 수 있지만 현행법으로 등록을 안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해당 대부업체에 대한 관련 정황 및 회사의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5월 입법예고된 대부업법 개정안을 보면, 회사 이름으로 ‘캐피털’ ‘파이낸스’ 등을 써왔던 대부업체들도 회사 이름에 반드시 ‘대부업’을 명시하도록 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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