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28일 오전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 속에 특검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에스원 직원들 특검 주변 ‘은밀한 경호’
재용씨 특검 출석 안팎
재용씨 특검 출석 안팎
이재용씨는 28일 오전 9시10분께 엷은 줄무늬가 들어간 감색 정장 차림으로 이완수 변호사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에 나타났다. 취재진의 예상과 달리 경호원은 없었다. 승용차 문을 직접 열고 내린 이씨를 향해 건물 앞과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들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지만, 이씨는 다소 여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눈에는 미소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이씨는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하는 등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올라가면서 취재진에게 “저 때문에 고생 많으시겠다”는 말을 건넸다. 조준웅 특검과 30여분 면담한 뒤 본격적인 조사를 받은 이씨는 별도로 준비한 자료 없이 윤정석 특검보의 질문에 상세하게 답변했다고 특검팀 관계자가 전했다. 특검 사무실에는 삼성 쪽 변호사가 네 명이나 나와 이씨가 조사를 받는 동안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삼성 황태자’가 받아든 점심식사는 소박했다. 특검 사무실 근처의 저가형 일식 체인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배달된 음식은, 우동과 초밥 6개에 단무지가 반찬으로 딸린 6500원짜리 ‘해물우동 초밥세트’였다. 이씨는 저녁 역시 인근 식당에서 5000원짜리 순두부 비빔밥을 배달시켜 먹었다. 이날 밤 11시25분께까지 고강도 조사를 받은 이씨는 약간 피곤한 모습으로 “아는 대로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특검 사무실 주변에는 이씨가 나타나기 1시간여 전부터 취재진 1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고, 일부 카메라 기자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느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씨가 조사를 받는 동안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 소속 직원들이 특검 건물 주변을 ‘보이지 않게’ 경호했다. 시민단체나 삼성 해고 노동자 등의 시위는 없었지만, “우리 가족이 이건희 회장 일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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