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규정, 지분10% 이상 최대주주로 변경
공정위 “특혜 요구”…삼성 “요구한 적 없다”
공정위 “특혜 요구”…삼성 “요구한 적 없다”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체제에 들어가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달라고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정부 관계자는 2일 “정부·여당이 금산분리 규제완화 차원에서 정기국회에서 금융 지주회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삼성이 에버랜드-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도록 법 개정을 해 달라며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한나라당 쪽 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공정위 관계자들도 “삼성 쪽에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고 확인했다. 삼성의 이런 활동은 그룹 사장단협의회 산하 업무지원실과 삼성경제연구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삼성이 내놓은 방안은 현행법상 ‘계열사이면서 최대 주주’로 되어 있는 자회사 규정을 ‘계열사이면서 지분이 10% 이상인 최대 주주’로 더 완화하자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증권 지주회사 밑에는 비금융(일반)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하고, 보험 지주회사 밑에는 비금융 자회사만 둘 수 있도록 하는 금산분리 완화안을 발표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토대로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삼성이 추가조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전자의 지분 7.2%를 가진 최대 주주다. 따라서 삼성이 에버랜드-생명으로 이어지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전자는 바로 생명의 자회사에 해당된다. 삼성이 보험 자회사(생명)의 비금융 손자회사(전자) 보유를 금하는 현행법이나 법 개정안을 따르려면 생명의 전자 지분을 줄여야 하는 등 현재의 그룹 소유지배구조를 바꾸는 부담이 뒤따른다.
한나라당이 삼성의 금융 지주회사 전환을 손쉽게 해 준다는 명분으로 정부안의 추가완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삼성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정부 쪽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위와 공정위 관계자들은 “삼성은 자회사 규정이 바뀌지 않은 채 보험 자회사의 비금융 손자회사 보유기준을 적용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심의할 때 이 문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위와 공정위 쪽은 “삼성전자를 생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데도 법적으로는 지배하지 않는 것처럼 해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면 특혜”라며 부정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정부·여당에 직접 법 개정에 관한 의견을 내놓거나 별도 요구를 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김영희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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