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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영미권 담론 허찌르는 새로운 ‘경제의 눈’

등록 2010-04-28 19:30수정 2010-04-28 21:14

이코노미 인사이트 창간
이코노미 인사이트 창간
금융위기 뒤 ‘영미시각 경제 프레임’ 균열
유럽 진보매체와 제휴 통해 대안적 분석
블로거·국내외 석학들 제언에도 귀 열어




새 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

그리스 정부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그리스 정부와 월가의 큰손들이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로 ‘장부외 부채’를 만들어 국가부채 규모를 일부러 숨긴 사실을 들춰냈다. 보도 내용은 경악스러운 것이었지만, 이 위기를 그리스 정부와 월가의 ‘도덕적 해이’로 환원하는 것은 올바른 진단이었을까? 그렇다면 이들 외신 보도는 경제 보도라기보다는 범죄적 행위를 다룬 전형적인 ‘사건’ 보도로 자리매김해야 하지 않을까.

영미권 유력지들이 온통 이들의 부적절한 거래를 파헤치는 데 집중할 때,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리스 내부를 들여다봤다. 랄프 호페(Ralf Hoppe) 기자는 한 국가의 위기는 물론 유로존을 넘어 전 세계로 위기감이 확장되는 사이, 한가하게도 그리스의 한 평범한 가정을 찾아가 그들의 저녁식사 자리를 관찰하며 대화를 경청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이 집의 가장은 유럽연합(EU) 보조금이 나오는 온실 건축 과정에서 비용을 부풀리는 일에 협조했다. 그는 “(유럽연합에 가입한 뒤) 돈을 얻어낼 수 있는 작지만 좋은 기회들이 많이 생겼다.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리 했을 것”이라고 자위한다. 가족들은 시험관에게 돈봉투를 건네고 운전면허를 딴 얘기를 나누며, 이 나라의 거대한 뇌물 사슬 구조를 개탄한다. 누구나 무시하는 교통법규를 지키다 검문에 걸려 총격전을 벌인 테러리스트의 얘기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슈피겔>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부채를 숨긴) 그리스의 비밀이 밝혀졌다. (그러나) 돈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가족은 그리스 문제의 해결책인 동시에 이 나라가 가진 문제의 일부분”이라고 진단한다. <슈피겔>은 ‘그리스 가족의 부패상’이 아니라, 유럽연합 역내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영의 현장 작동 실태를 파헤쳤다. 영미 유력지가 이 사태를 경제 외부의 사건으로 본 반면, <슈피겔>은 경제 내부의 구조에서 바라본 셈이다.


5월 창간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경제매거진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지금 독자와 시장이 원하는 경제저널리즘은 과연 무엇이냐’라는 물음에서 잉태됐다. 온·오프라인에 경제 뉴스는 넘쳐나는데, 왜 독자와 시장의 정보 갈증은 더 커지는 걸까? 경제 전문지를 표방하는 매체는 늘어나는데, 왜 경제 기사의 신뢰도는 갈수록 떨어지는 걸까? “일간지 하나만 읽으면 나머지는 ‘이하동문’이라고 할 정도로 대동소이한 내용과 분석뿐이다. 경제 매체는 많은데 ‘바로 이거다’라고 무릎을 칠 만한 영감있는 기사가 드물다.”(이진우 엔에이치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


제휴매체들의 창간 축하 한마디
제휴매체들의 창간 축하 한마디
이런 현상은 영미권 주류 매체의 시각과 프레임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저널리즘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1980년대 이후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등 ‘금융 엘리트 언론’의 의견과 태도는 지구촌 경제담론 형성에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월간 <신문과 방송>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국내 언론의 금융위기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인용한 취재원의 51.5%가 외국의 언론매체와 전문가, 관료 등이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투자은행에 대한 규제완화와 초저금리 정책, 부실한 주택대출 관련 파생상품과 장외거래의 급증, 투자은행들의 이해상충 거래 등 ‘파국의 징후’들에 영미 매체들은 적절하고 신속하게 비상벨을 울렸나?

김성해 연세대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은 “언론의 그런 기제가 작동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겠느냐. 영미 언론의 ‘귄위에 의존한 보도’ 관성이 강한 국내 언론에 적확한 분석을 기대하는 건 더 무리”라고 평가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영미 언론이 지지해 온 경제 담론과 프레임엔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독일·중국·인도·프랑스 등 유라시아 경제 권위지들의 굴곡 없는 진단과 심층적인 분석으로 눈을 돌렸다. 어떤 매체보다 영향력이 센 파워 블로거, 신디케이트를 통한 세계 석학들의 비평, 국내 필진들의 통찰력 있는 제언에도 귀를 열었다. 이것은 국내 처음으로 시도하는 경제 저널리즘의 형식과 내용이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이제까지 독자들이 접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 특히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경제에 대해 좀 더 깊고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이코노미 인사이트와 독점제휴한 국외 언론들

■ 슈피겔(Der Spiegel)/독일


1947년 창간돼 172개 나라에서 매주 110만 부가 발행되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다. 제호는 ‘거울’이란 뜻이다. 제호처럼 ‘한 치의 굴곡 없이 현실을 드러낸다’는 편집 원칙을 갖고 있어 ‘민주주의의 함포’라는 애칭이 뒤따른다. 석·박사로 이뤄진 9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사 검증 전문가 제도’는 매체 권위의 원천으로 평가된다. 경제 분야에선 신자유주의적 논조를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Alternatives economiques)/프랑스


매달 10만부를 발행하는 진보적 경제잡지다. 신자유주의·세계화·경제정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높은 수준의 글과 기사는, 프랑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과서와 강의 자료, 시험문제로 등장할 정도다. 사원지주제 회사로 프랑스의 진보적 일간지 <리베라시옹(Liberation)>의 자매지이기도 하다.

■ 디 차이트(Die Zeit)/독일


매주 50만부를 발행하는 독일 최대 주간 매체다.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기사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경제 기사들은 매우 심층적이고 대안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안에선 신뢰도와 영향력 모두 1위에 올라있다. 주 독자층인 지식인 계층에서 선호도 1위를 달린다. 독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중 한명인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가 공동 발행이다.

■ 비즈니스 투데이(Business Today)/인도


1992년 창간된 격주간 경제 매거진이다. 인도에서 발행되는 경제 잡지 중 최대 부수인 15만8000부를 찍는다. 인도의 산업과 금융 그물망을 샅샅이 리포트하는 ‘경제 지형도’는 인도 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필독 자료로 꼽힌다. 자매 매체로는 110만부를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인디아 투데이>를 비롯한 13개의 잡지와 라디오 채널 3개, 텔레비전 채널 4개, 1개의 신문이 있다.

■ 21세기경제보도(21cbh)/중국


국내 언론 최대 인용빈도를 차지하는 중국의 대표적 경제전문 일간지다. 독자적 심층취재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 보도로 독자 신뢰도가 높다. 반면 중국 정부와는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 자매지로는 금융·부동산 시장 분석에서 1등 매체로 평가받는 <리재주보>,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와 단독 인터뷰를 한 <남방주말>, 분량이 1000여장에 이르는 탐사보도를 싣는 <21세기상업평론>(월간) 등이 있다.

■ 쿠리에 앵테르나시오날(Courrier International)/프랑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자회사다. 전세계 1300여개 언론사의 기사들을 클리핑해 싣는 국제뉴스 전문 주간지다. “미국만이 ‘세계’일까요”라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대안적 매체로, 미국, 유럽, 아랍, 이스라엘, 동아시아 지역 언론의 사설과 기사들을 한데 모아 각광을 받고 있다. 2003년엔 프랑스 최고 잡지상을 받기도 했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쿠리에와의 제휴를 통해 사실상 지구촌의 전 매체를 커버할 수 있게 됐다.

■ 프레스유럽(presseurop)/유럽연합


2008년 5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쿠리에 인터내셔널>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든 인터넷 매체다.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르몽드> <슈피겔> 등 유럽 주요 신문의 유럽연합 관련 뉴스를 총망라한 뉴스 포털사이트로 유럽 주요 언론의 기사를 공급한다.

■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World Wide


150개 나라 434개 매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신디케이트다. 세계적인 현안에 대한 유명 석학들의 분석과 논평을 담은 칼럼을 공급한다.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워릭대 교수 등 엄선한 이코노미스트 3명의 최신 칼럼을 매달 두 편씩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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