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1995년 ‘엔 초강세’ 잡기 위해 G7서 ‘달러 부양’ 합의
최근 슈퍼엔고 재논의…이번엔 미국과 합의 힘들 듯
1995년 ‘엔 초강세’ 잡기 위해 G7서 ‘달러 부양’ 합의
최근 슈퍼엔고 재논의…이번엔 미국과 합의 힘들 듯
최근 엔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역플라자 합의’ 논의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엔화 초강세 문제를 풀기 위해 1995년 5월에 맺은 역플라자 합의와 같은 특단의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역플라자 이전엔 ‘플라자 합의’가 있었습니다. 1985년 9월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인 선진 5개국(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0분 만에 달러화 약세 유도를 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달러 가치를 내리고 엔화 가치를 높인다는 게 플라자 합의의 뼈대였습니다. 달러 강세로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이 일본을 압박해 내놓은 합의였죠.
달러에 견준 엔화 가치는 곧바로 강세로 반전했습니다. 일본의 수출은 급속도로 위축됐으며, 달러 표시 대외자산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엔강세에 따르는 불황을 막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썼고 결국 부동산 투기와 거품을 양상하는 바람에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됩니다.
플라자 합의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은 주권”이라며, 이명박 정부 초기 고환율(원화약세) 정책을 편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상반기 고환율 정책은 물가폭등으로 이어져 한동안 서민들은 시름을 앓았습니다.
역플라자 합의는 1995년 4월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 80엔이 무너지자 다음달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 선진 7개국(G7)이 달러가치 부양을 목적으로 합의를 한 것입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미국은 플라자 합의로 달러 약세 기조를 유지하면 경상적자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계속된 달러 약세에도 경상적자가 줄어들지 않자, 미국은 단기적으로 경상수지 균형이라는 목표를 포기해 버립니다. 대신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정책으로 돌아서 약한 달러에서 강한 달러로 정책을 변경하게 됩니다. 역플라자 합의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타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시 역플라자 논의가 나오는 배경은 올해 들어 엔화가 기록적인 강세를 보여왔고, 특히 지난 15일 오전 한때 엔-달러 환율이 10여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서면부터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역플라자 합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인위적인 달러가치 부양을 수용할 만큼 여유롭지 못합니다. 미국 경제가 주택과 고용, 소비 등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해 수출로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달러 강세로 환율 정책을 선회할 가능성은 영에 가깝습니다. 최성락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화의 방향을 바꾸었던 플라자 합의나 역플라자 합의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공조하에 가능했다”며 “글로벌 공조 없이 한 국가의 단독 개입으로 글로벌 달러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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