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잠정발효 시한 ‘위헌’ 논란
협정문 번역오류 드러나도 ‘마감시한’ 들먹이며 속도전
정부, 4월내 통과시킬 방침…안건 재상정도 국회법 어겨
협정문 번역오류 드러나도 ‘마감시한’ 들먹이며 속도전
정부, 4월내 통과시킬 방침…안건 재상정도 국회법 어겨
정부가 오는 7월1일 잠정 발효를 기정사실화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국제법 해석 논란과 함께 위헌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유럽연합과 구체적 서면합의도 없이 국회 비준동의 절차의 ‘마감시한’을 7월1일로 못박은 탓이다. 지난해 9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카럴 더휘흐트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국내 절차를 2011년 6월까지 마무리하자고 구두로 약속했다.
■ 잠정 발효 효력 없다 통상교섭본부는 14일 7월1일 잠정 발효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행정부처인 통상교섭본부가 국회의 입법권에 속하는 비준동의 일정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7월1일 잠정 발효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전제로 한 두 나라의 ‘목표일’”이라며 “국회가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2000년 외교부의 국장급 간부가 중국 통상교섭 실무자에게 ‘2003년 1월1일부터 중국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처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신사협정에 불과해 효력이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 판례에 의하면 서면합의서도 쓰지 않았던 통상당국자간 구두합의는 효력이 없는 게 당연하다.
다만 당시 중국 마늘 합의가 재정경제부 산하 무역위원회의 권한을 외교부가 합의해 논란이 됐다면, 이번에는 국회의 비준 권한을 놓고 외교부가 다른 나라와 합의한 것이어서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정연순 사무총장은 “헌법이 비준동의 절차를 통해 국회가 행정부를 감독하고 통제하도록 규정하는데, 되레 행정부가 국회의 비준동의 시한을 제한해 심사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게 한다면 이는 헌법 위반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속전속결 밀어붙이기 아무런 국제법적, 헌법적 근거도 없는 7월1일 잠정 발효에 떠밀려 국회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된 지 사흘 만에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했다. 국회법이 정한 법률안 숙성기간 20일도 지켜지지 않았다. 2007년 9월 국회에 제출된 한-미 협정이 1년6개월 만에 외통위을 강행 통과한 것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지난달 2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협상을 제대로 했는지, 국내 보완대책을 잘 수립했는지 등을 국회가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해야 (7월1일) 시한을 맞출 수 있다”고 맞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협정문 한글본에서 번역 오류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4월 국회에서 재심의하기로 했다.
여전히 마감시한은 강력한 무기다. 추가 번역 오류가 드러나더라도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을 철회하지 않고 일단 통과시켜 한-유럽연합 협정을 잠정 발효시킬 방침이다.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한나라당)도 “정부에 한-유럽연합 협정 7월1일 발효를 충실히 준비할 시간을 주려면 4월 중 본회의까지 비준동의안을 통과해야 한다”며 “여야가 합의 처리하지 못하면 표결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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