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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럽산 농축산물로 인한 피해 보전기준 낮춰야

등록 2011-07-01 20:22수정 2011-07-01 22:41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이 잠정발효된 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과 쟝 마리 위르티제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회장, 토마쉬 코즈워프스키 주한 유럽연합 대사(앞줄 왼쪽부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끝)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이 잠정발효된 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과 쟝 마리 위르티제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회장, 토마쉬 코즈워프스키 주한 유럽연합 대사(앞줄 왼쪽부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끝) 등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EU FTA 보완대책 시급
양돈농 소득 42% 줄어도
정부지원금 받을수 없어

관세철폐 혜택 받으려면
원가정보 제출해야 하지만
기업들 공개 꺼려 걸림돌

자동차 부품업체 ㄱ사는 유럽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1일부터 없어진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관세청에 알아보았더니 실망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산 부품이 55%라서 관세를 내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면, 자동차부품을 수출할 때 한국산으로 인정받으려면, 부품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50% 이상 한국산이어야 한다. 협정은 발효됐지만 지금 상태에선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출기업에 당장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유럽산 상품 수입 확대로 인한 피해 대책도 한참 부족하다. 무엇보다 농축산물 피해 보전 기준이 너무 높게 잡혀 있어 대부분의 농가가 수혜 대상에 들어가지 못할 전망이다. 수출 확대뿐 아니라 밀려드는 유럽산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대책 보완이 시급하다.

■ 원산지 기준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1일 잠정 발효됐지만 관세 혜택을 보려면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를 만족시켜야 한다. 유럽에 수출할 때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우선 ㄱ사처럼 자사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한국산 인정 기준이 완성차와 텔레비전은 55%, 자동차 부품이나 캠코더는 50%로 각각 다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한국산 부품을 늘려서 생기는 원가부담과 관세 혜택을 비교해 어느 쪽이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한국산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먼저 협력업체들에서 원산지 정보를 얻어 관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원산지 정보에는 원재료 수입신고 필증은 물론 원재료 생산 또는 구매 관련 증빙서류, 원가계산서 등 구체적인 기업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협력업체들은 이런 정보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까봐 관련 정보를 넘겨주길 꺼린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원가는 중요한 기업 정보인데다 악용될 수도 있어 업체간에 요구하기도, 주고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시장 선점이 열쇠 실제 관세 혜택을 받으며 유럽으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인증수출자’로 인정받은 국내 기업은 지난 24일 현재 1666곳으로, 대상기업 8206곳의 20.3%에 그친다. 인증수출자 제도란 6000유로(약 940만원)어치 이상의 물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각 제품을 한국산(원산지)으로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증명을 관세 당국으로부터 인정받는 제도다. 인증수출자로 인증받아야만 협정에 따른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과 절차를 통과해 유럽 수출길을 열었다면 과감한 판매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 기업의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활용전략’에서 “관세가 3년, 5년 단계별로 내려간다고 판매가격을 이에 맞춰 조금씩 내리면 소비자의 체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단기적인 이익이 감소하더라도 판매가격을 미리 관세 폭만큼 확 내리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발효를 계기로 무관심했던 소비자나 거래처까지 한국제품의 가격, 품질을 살펴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최대한 좋은 평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때도 발효 뒤 3년간 한국산 완성차의 칠레시장 점유율이 18.8%에서 25.7%로 높아지고 칠레산 와인의 수입도 321%나 증가했다.

■ 국내산업 피해 대책 실효성 의문 유럽 수출길은 넓어지지만 유럽 제품의 수입 또한 늘면서 농축산업 등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한-유럽연합,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농축산물 피해 대책으로 정부는 2008년부터 10년간 21조10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축사시설 현대화, 원예·과실 브랜드 육성 등 품목별 경쟁력 강화(7조1000억원)와 농어업인 교육훈련, 지역관광 활성화 등 농수산업 체질개선(12조7000억원)이 대부분이다. 직접적인 피해보전금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핵심 대책은 농산물 가격이 일정 가격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이를 보상해주는 ‘피해보전 직불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지난 5년간 평균가격이 15% 이상 떨어져야 한다. 이 경우 정부가 85%를 보전해준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때도 내놓았던 대책인데 피해로 인정하는 기준이 너무 높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 농업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양돈업계는 돼지고기 관세 25%가 없어지면 수입가격은 20% 정도 낮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면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13.3% 떨어지고, 양돈 농가의 소득은 42.2% 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에프티에이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에는 피해보전 직불제가 발동하려면 국내산 가격이 ‘15%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돼 있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피해자인 양돈 농가의 소득이 42.2%나 줄어들어도 피해보전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구제역에다 한-유럽연합 협정 발효,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개방 등이 겹쳐서 축산농가는 고사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피해보전 발동 요건을 5% 더 완화(국내산 가격하락 10%)하고 이득을 보는 산업에서 기금을 조성해 축산농의 경쟁력 제고와 피해 보전에 사용하는 목적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김현대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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