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인 그린테크놀로지 공장에 입주한 하청업체 투플렉스의 기계 설비. 기계 앞에 압류를 뜻하는 ‘빨간딱지’가 붙어있다. 투플렉스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가 대금을 못 받자 취한 조처다. 류이근 기자
탈 많던 어음의 변종인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을 뿌린 삼성전자 2차 협력업체의 부도로 그 아래 3, 4차 중소 협력업체들이 연쇄 파산에 내몰리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5일 <한겨레>가 경기 안산 반월공단 입주업체 등을 취재해 보니, 삼성전자 갤럭시에스(S) 시리즈 등 휴대전화의 부품인 ‘연성 인쇄회로기판’(FPCB) 제조업체 그린테크놀로지가 5월 말 부도나면서 하청업체 93곳이 113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그린테크가 지난해 11월부터 발행한 외담대로 인한 피해가 89억원(71곳)에 이른다. 기업은행 반월서지점에 39억원, 우리은행 과천지점에 50억원이 물려 있다. 외담대는 구매 기업(원청)이 판매 기업(하청)에 지급해야 할 물품값을 곧바로 지급하지 않은 채 어음(외상매출채권)을 발행하고, 은행은 이를 담보로 하청에 대출을 해주는 형식의 ‘기형적 결제’ 구조다.
원청이 어음을 막지 못하면, 하청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그런데도 위험성은 제대로 고지조차 되지 않았다. <한겨레> 설문에 응한 그린테크 하청업체 45곳 가운데 외담대 피해를 본 곳은 33곳이었다. 이 가운데 28곳이 은행으로부터 결제 방식의 위험성을 듣지 못했다. 이에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