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 시세판이 붙어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공공임대주택 가운데 국민·영구·10년 공공임대 등 건설임대주택이 최근 몇해 동안 큰 폭으로 줄고, 기존 민간주택을 매입하거나 장기간 빌려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전체 공급 물량이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거안정 지원 효과가 작아 전월세난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자료를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는 2013~2014년 공공임대주택 18만2000가구를 공급한 데 이어 임기 내 52만7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추진중이다. 국토부는 참여정부가 39만가구, 이명박 정부가 46만가구를 공급했다는 수치를 제시하면서 이번 정부가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12만가구(준공 기준)로 역대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41.7%인 5만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다가구주택 등 기존 민간주택을 매입하거나 장기간 빌려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매입·전세임대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매입·전세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다가구·다세대주택을 매입하거나 빌려 저소득층에게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매입임대주택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사용하며, 전세임대주택은 임차인이 전셋집을 구해 오면 공공기관이 전세 계약한 뒤 임차인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매입·전세임대는 정부가 공공임대에 편입하지 않더라도 서민들에게 임대로 제공되는 주택이어서, 건설임대 대신 이 물량을 늘려 전월세시장 안전판 구실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매입·전세임대주택은 도입 초기인 참여정부 때는 연간 공급물량이 줄곧 1만가구 이하였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 전월세 대책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면서 2013년 3만9000가구, 지난해 4만4000가구에 이르렀다. 올해는 처음으로 5만가구를 넘어선다.
반면 서민 주거안정 파급효과가 큰 건설임대주택은 2010년 공급량이 7만4000가구에 이르렀으나, 2012년 2만1000가구까지 줄었다. 2013년 4만2000가구, 지난해 5만8000가구로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2009~2011년의 연평균 7만1000가구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올해는 그나마 7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매입·전세임대 물량이 늘었음에도 이처럼 건설임대주택이 크게 줄어, 공공임대주택의 총공급량은 2009~2011년 연평균 9만6000채에서 2012~2014년 연평균 8만2000채로 줄어든 바 있다.
최근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에는 통계상 착시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3년 ‘4·1 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기준을 기존의 ‘사업승인’에서 ‘준공’(입주)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과거 참여정부(56만1873가구), 이명박 정부(53만2106가구) 당시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이라도 2013년 이후 준공되면 신규 공급량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 금융위기 여파와 토지주택공사 재정난으로 공공주택의 사업승인부터 준공까지의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매입·전세임대주택의 경우는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이르면 6개월 안에도 공급이 가능하다.
정부가 토지주택공사 재무구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사업승인을 받았는데도 미착공 상태인 공공주택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41만3000가구로, 이 가운데 분양주택을 뺀 공공임대가 절반을 넘는 22만6000가구에 이른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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