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7일 오후 구제역이 발생한 젓소농장 인근의 소들. 보은/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국의 소·돼지 축산농가에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지만 이번에 확진 판정이 난 전북 정읍과 충북 보은 소 사육 농장에선 항체형성률이 각각 5%, 19%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농가에서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시스템이 없는데다 정부의 총체적 관리 허술로 사실상 ‘물백신’을 맞은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의 말을 종합하면, 구제역에 걸린 전북 정읍의 한우농장은 49마리를 키우는데, 20마리를 골라내 검사하니 1마리만 항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체형성률이 5%에 불과한 셈이다. 정읍 농장은 지난해 8월 접종한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앞서 충북 보은 젖소농장도 지난해 10월 백신 접종을 했으나 항체형성률은 19%에 그쳤다. 백신 효능이 크게 떨어졌거나 제대로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농림부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면 백신 자체의 효능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대로 접종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제역 백신은 냉장 상태로 보관하다가 상온에 일정 시간 두어 18도 안팎에서 접종을 해야 한다”며 “두 농장 모두 차가운 상태에서 백신을 접종해 효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는 6~7개월에 한 번씩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5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장은 백신 비용의 절반을 지원받는 대신 직접 주사를 놔야 한다. 50마리 이하 농장은 백신 비용 전액을 지원받고, 수의사가 접종한다.
문제는 제대로 접종을 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으면 해당 농가는 과태료를 내고, 구제역이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의 20%가 깎이는데다 방역 소홀이 밝혀질 경우 추가로 20%가 더 삭감된다. 농가로서도 노골적인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오히려 90% 이상 농가에서 접종이 잘 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게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소를 키우는 9만8천개 농가의 7%인 6900곳만 항체 검사를 받았다. 마릿수로 따지면 소 330만마리 중 0.8%인 2만7천마리로, 효과 검증 시스템이 극히 부실한 셈이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