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 11곳 가운데 6곳에서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위 11개 재벌 가운데 6곳이 전년 대비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곳은 에스케이(SK)그룹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23.3%가 내부거래였다. 이어 현대차(17.8%), 엘지(LG·15.2%), 롯데(14.2%), 신세계(11.8%) 등의 순이었다. 11개 재벌의 내부거래 규모는 약 7조5천억원이었다.
2015년에 견줘 내부거래가 더 늘어난 곳은 엘지, 롯데, 삼성, 두산, 한진, 한화 등이었다. 이들 대기업의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계열사와의 거래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삼성에스디에스(SDS)와의 거래가 75.6%로 가장 높았으며, 롯데그룹도 롯데멤버스(98.6%) 다음으로 롯데정보통신(91.5%)의 비중이 높았다. 한화의 경우, 한화에스앤씨(67.6%), 한진그룹은 한진정보통신(78.1%)이 높았다. 엘지의 경우, 운송관련 서비스업을 하는 판토스와의 내부거래가 60.0%로 가장 많았으며, 두산은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두산이 21.5%를 차지했다.
물론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바로 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삼성과 현대차의 경우, 제품 생산 과정에서 수직계열화나 거래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거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눈여겨보고 있는 ‘사익편취 금지규제’도 내부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불공정한 거래를 했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시스템통합(SI) 업체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주의깊게 봐야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재벌 계열사들이 정보 보안을 앞세워 그룹 내 시스템통합 업체와의 내부거래를 선호해 왔기 때문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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