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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수서고속철 ‘지역독점’…국토부, 코레일 우려 무시했었다

등록 2017-07-02 18:30수정 2017-07-02 20:14

4년전 민영화 문제점 수차례 보고에
국토부 “정부 정책 비판 자제하라”
검토는 커녕 당시 코레일 사장 경질

SR 승객의 80%가 강남권 주민
코레일 고속철 1분기 손실만 700억
코레일 제기한 우려 대부분 현실로
정부가 최근 철도 경쟁체제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수서고속철도 분리운영이 시행되기 수년 전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이에 대한 문제점을 보고받고도 이를 검토하기는커녕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온·오프라인 게시물을 철회하라”고 코레일에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2012년 1월부터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고속철도운영 민간경쟁도입 정책건의’ 공문을 보내 정부가 추진중이던 수서 고속철도 민간 개방의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공문에서 “철도산업의 특성과 국내 여건상 경쟁이 발생하기 어려워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규모의 경제’ 효과를 상실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고, 철도공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고속철도 수익으로 적자노선을 운영하는 교차보조가 어렵게 돼 공공성 역시 저해될 것”이라며 “고속철도 민간개방에 앞서 철도산업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적자노선에 대한 해결방안을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코레일에 공문을 보내 “철도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된 정부정책을 비판 또는 왜곡하거나 정부정책에 위배되는 각종 게시물, 홍보물 및 내용 등을 즉각 철회하고, 전 임직원에게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교육을 실시한 뒤 이에 대한 계획과 실적을 매주 금요일마다 보고하라”고 지시해 오히려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

코레일은 이후에도 정책건의 공문을 통해 “수서고속철도 민영화는 서울, 용산역을 이용하던 강남 등 수도권 동남부 지역 고객을 흡수하여 상호간 수요 간섭없는 지역별 독점운영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며 “경쟁체제 도입은 경쟁이 아닌 또 다른 지역독점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듬해 5월 당시 정창영 사장이 취임 1년여 만에 옷을 벗게 됐다. 국토부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해온 정 전 사장에게 사표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임으로 최연혜 현 새누리당 의원이 사장에 취임했고, 그 직후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발표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당시 코레일이 제기했던 우려들은 대부분 현실이 됐다. 코레일은 올해 1분기 고속철도 수입이 약 700억원 감소해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해 2013년 이후 4년 만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또 고속철도 수입은 줄었지만, 적자노선의 추가 운영은 계속 코레일에 맡겨지고 있어 벽지노선 운영에 대한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

코레일과 경쟁할 것이라던 수서고속철도 운영사 에스알(SR)은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또 다른 지역독점 체제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코레일 조사 결과, 에스알티(SRT) 승객 79.8%가 강남권 지역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34%), 송파구(23.2%), 성남시(10.4%), 서초구(8.2%), 강동구(4%) 순이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4월 조사한 자료를 보면, 에스알티 승객의 89.8%가 위치에 따라 에스알티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발지·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45.5%)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출발지·목적지까지의 연계교통수단’(38.1%), ‘역까지 교통비’(4.5%), ‘교통혼잡’(1.7%) 순이었다. 시설, 가격 등 서비스와 관련 있는 답변은 전부 합쳐도 1.2%에 그쳤다.

안호영 의원은 “수차례에 걸쳐 철도 경쟁체제 도입의 문제점에 대한 공식 보고와 건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목적 달성에만 매몰되어 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결과가 현재 나타나고 있다”며 “아직 나타나지 않은 안전 문제, 운임, 인사 등의 부작용마저 나타나기 전에 새 정부에서 이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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