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시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총은 이날 임시총회를 통해 거취 논란이 불거졌던 송영중 부회장을 해임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일 임시총회를 열어 송영중 상임부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35억원 규모의 회계부정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보고가 누락된 수준”이라며 “앞으로 보고에 포함하겠다”고 설명하고 넘어갔다. 수십억원 규모의 심각한 회계부정 문제를 축소하고 뭉개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총을 관리·감독하는 고용노동부는 경총의 회계부정 문제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고, 검찰도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총은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송영중 부회장 해임안’과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최근 불거진 회계 관련 특별 보고를 진행했다. 총회에는 경총 전체 회원사 407곳 중 233곳이 참여했다. 송 부회장 해임안은 참석 회원사 233곳 중 224곳이 찬성해 통과됐다. 경총은 송 부회장 해임 사유로 직원간 분열 조장 및 사무국 파행 운영, 경제단체 정체성에 반한 행위와 회장 업무지시 불이행, 경총 신뢰 및 이미지 실추 등을 들었다. 이로써 송 부회장은 지난 4월 초 취임 뒤 임기를 석 달도 채우지 못하고 퇴진하게 됐다.
경총은 최근 불거진 회계부정 문제에 대해서는 “총회에서 보고했으나 특별한 의견이나 지적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업무 절차와 제도, 규정을 정비하는 등 사무국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고 경총은 전했다. 자체 감사나 자정 노력 등은 외면한 채 업무처리 절차만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한 경총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경총이 회계 장부의 숫자를 누락한 게 아니다. 숫자는 정식 장부에 다 들어 있는데, 다만 특별상여금이라는 항목만 적혀 있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간 4억4천만원의 회계가 총회 보고에서 누락됐지만, 이 역시 정상적인 회계 처리는 됐고 이사회 보고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적 책임이 있다기보다는 회원사에 투명하게 밝혔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총회에 참석한 한 회원사 대표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의적 회계부정이 아닌, 단순 수치 누락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총은 회계부정에 대해 ‘단순 보고 누락’이라고 하지만 회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경총이 2010년부터 연간 4억4천만원씩 총 35억원을 경총의 공식회계 장부에 반영하지 않은 채 별도 관리한 것은 심각한 회계부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총은 수익사업 등으로 생긴 돈을 정식 장부에 넣지 않고 별도 관리했으며, 이를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법인에 들어온 돈이 공식 회계 장부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관리된 것은 회계부정에 해당할 수 있다”며 “특히 감시가 엉성한 비영리법인 회계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경총이 비영리법인이지만, 이와 관계없이 회계장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경총 예산은 102억원으로, 별도 관리된 예산은 전체 예산의 4%에 이른다. 한편 고용부는 곧 경총의 회계부정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민석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경총의 내부 논란이 가라앉는 대로 경총 회계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고용부가 설립을 허가하고 관리감독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해마다 사업 계획과 예·결산 서류를 노동부에 제출하는 등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 등이 들어오면 관할인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될 수 있고, 범죄 액수가 크다고 판단되면 서울중앙지검이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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