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박수지의 소심한 재테크
5. 걸으면 돈이 되는 금융상품
4월이 끝나간다. 한해의 3분의1이 지나갔다는 얘기다. 건강을 위해 많이 걷자는 새해의 운동 다짐은 어느덧 잊혀진 지 오래다. 다시 다짐을 하는 계기로 ‘돈’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금융권에서는 걸으면 금리를 더 주는 적금이나 보험료를 깎아주는 보험상품이 나와있다.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의 ‘도전 365 적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측정한 걸음수가 가입한 날로부터 11개월 동안 350만보를 넘으면 연 2.35%의 추가금리 혜택을 준다. 하루에 1만보씩은 걸어야 받을 수 있다. 300만~350만보(연 2%), 200만~300만보(연 1%) 등으로 구간마다 추가금리가 차등화돼 있다. 만약 200만보도 못채운다면 기본금리(연 1.3%)만 준다. 시중은행 적금 금리는 2%대다. 200만보를 못채우면 일반 적금을 드는 것만 못한 셈이다. 이런 ‘위험’이 있음에도 의외로 이 적금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신한은행의 ‘신한 헬스플러스 적금’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건강 미션을 인증하면 우대금리를 주는데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 가입기간 1년 동안 10만보 이상을 걷거나, 아침·점심·저녁 식단을 모두 10일 이상 기록하거나, 수면패턴을 10일 이상 기록한 경우에 추가로 0.1%포인트를 얹어준다. 비엔케이(BNK)부산은행은 부산 갈맷길을 걸으면, 최고 연 3.4%의 금리를 주는 ‘걷고 싶은 갈맷길 적금’을 판매한다. 부산은행이 부산시와 ‘걷기 문화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은 뒤 출시한 상품인데, 갈맷길 탐방 코스 개수에 따라 최대 연 1%의 우대금리를 준다. 은행은 갈맷길 탐방 수첩이나 큐아르(QR)코드로 탐방을 인증해준다.
카드 상품 중에도 드물게 있다. 케이비(KB)국민카드에는 걸으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가온 워킹업카드’가 있다. 측정된 전월 걸음수가 30만보 이상, 전월 이용실적이 30만원 이상일 경우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월 최대 1만점까지 이용금액의 2%포인트가 특별 적립된다.
보험사들도 걷기와 보험료 할인을 연계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객이 건강해야 보험금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이아이에이(AIA)생명은 ‘100세시대 걸작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경우 걸음수에 따라 보험료를 최고 10% 깎아준다. 걸음수는 전용 앱으로 측정해, 주 단위로 걷기 목표를 주고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삼성화재도 ‘애니핏’ 앱을 통해 가입자가 하루 8천보 이상 걸으면 100포인트를 주고, 월 목표를 설정해 달성하면 월 최대 4500포인트까지 적립해준다. 특정 보장성 보험을 가입한 고객이 애니핏을 쓰면 보험료의 5%를 깎아주고, 6개월 단위로 걸음 목표 달성 여부를 보고 최대 10년까지 할인해준다.
나의 박약한 의지만으로 운동 다짐을 실천하기 어려울 때 내 걸음수에 ‘돈이 걸려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상품을 시행해본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만기에 우대금리를 받아가는 고객은 10% 미만”이라고 귀띔했지만 말이다.
경제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