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선결제라는 걸 왜 쓸까. 자고로 ‘신용’이 부여돼 당장 잔고가 없어도 소비할 수 있다는 게 신용카드의 최대 장점인데 말이다. 하지만 여유가 될 때 적절히 신용카드 선결제를 이용하면 체크카드처럼 타이트한 소비 관리가 될뿐더러, 신용등급 올리기, 실적 채우기, 이자 아끼기 등에도 쏠쏠한 도움이 된다.
신용카드 선결제는 매달 돌아오는 카드 납부 결제일 이전에 미리 대금을 갚는 것을 말한다. 신용카드를 단기 대출이라고 생각할 때, 선결제는 만기일 이전에 갚는 중도상환인 셈이다. 이용하는 카드사 앱이나 누리집에서 언제든 이미 결제한 대금의 전부 또는 특정 결제 건만 골라 미리 갚을 수 있다. 대출 중도상환과 달리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선결제가 직접적인 이득이 되는 경우는 이자 있는 할부나 현금서비스를 썼을 때다. 여유 자금이 생겼을 때 선결제를 하면 다달이 내야 할 이자와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신용카드 한도가 다 찬 경우에도, 일부를 선결제하면 그만큼 한도가 늘어난다. 카드사 관점에서도 고객이 선결제를 해주면 연체 우려를 덜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카드 제로’는 선결제를 하는 고객에게 0.3% 추가 할인을 해준다.
‘전월 승인 실적’이 아닌 ‘전월 회수(납부) 실적’을 보는 카드의 경우엔 부족한 실적을 선결제로 메울 수도 있다. 보통 신용카드 혜택은 전월 결제 승인 실적에 따라 부여한다. 카드사는 혜택만 골라 먹는 ‘체리 피커’ 방지용으로 30만원, 50만원 등 실적 기준을 정하고 이를 넘어설 때에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케이비(KB)국민 정카드 등 국민카드 일부 상품은 전달에 카드를 긁은 금액(승인 실적)뿐 아니라 실제 납부한 금액도 실적으로 본다. 예를 들어 전월 납부 실적 기준이 30만원인데 22만원만 썼다면, 남은 8만원을 선결제로 채울 수 있다. 또 신용점수 관리가 필요하다면 선결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신용카드 선결제를 신용점수 평가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본다.
신용카드 씀씀이가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선결제로 잔고 관리를 그때그때 하기도 쉽다. 체크카드보다 상대적으로 신용카드의 혜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크카드처럼 이용하면서 신용카드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선결제 시점을 카드 결제일과 결제일 중간쯤이나 월초·월말 등 주기적으로 정하면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도 쉽다. 직접 신용카드 선결제를 이용해보니, 무엇보다도 큰 장점은 한달 대금이 한번에 빠져나갈 때보다 정신적 충격이 덜하다는 거였다.
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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