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수출입은행에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꺼내 든 것은 결국 감세 카드였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촉진하겠다며 법인세를 깎아주는 ‘3종 세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10조원+알파’ 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민원 해결사 역할까지 자임했다.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인데 실효성은 의문이다.
기획재정부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정)을 확정 발표했다. 기재부는 하반기 경제 운용에서 ‘경제활력 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민간과 공공의 투자 여력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16.1%에 달할 정도로 설비투자의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기 하방 리스크 대응 및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을 위해 투자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먼저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각각 1·3·7%에서 향후 1년 동안 2·5·10%로 올려주기로 했다. 정부는 생산성향상시설 세액공제율 인상으로 5300억원의 세수 감소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또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가 적용되는 대상을 확대하고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일몰 시기도 2021년말까지 2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 현재는 생산자동화 공정 개선, 반도체 제조 첨단 시설 등에만 적용되던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물류산업 첨단 시설, 의약품 제조 첨단 시설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문을 넓힌다는 것이다. 또 안전시설에 대한 세액공제 범위도 현행 도시가스공급시설(LNG), 유해화학물질시설 등에서 송유관 및 열수송관, 액화석유가스(LPG)시설, 위험물 시설도 추가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둘째)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수출입은행에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또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속상각제도 인정 범위를 생산성향상시설, 에너지절약시설 등으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에 한해 가속상각 허용 한도도 50%에서 7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초기에 감가상각 인정률을 높이면 투자금이 발생한 시점에 법인세 납부액을 절감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을 덜 수 있다.
정부는 이밖에도 신속한 행정 처리 및 이해관계 조정 등을 통해 8조원 규모 기업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화성시에 놀이동산과 워터파크, 호텔, 쇼핑몰 등을 짓는 복합 테마파크(4조6천억원 규모)의 조기 착공을 위해, 건립 중인 신안산선에 별도 역사를 만들고 각종 인허가 지원을 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개발계획 변경 등을 통해 2021년까지 복합 테마파크 인허가 절차를 마치고, 그 해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산산업단지에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2조7천억원 규모)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업용수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착공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도 밝혔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입지를 활용한 연구개발(R&D) 캠퍼스, 서울·경기권에 건설될 예정인 ‘마이스’(MICE·컨벤션센터+전시시설) 등도 조기 착공을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기업 투자 프로젝트와 1조원 규모 공공기관 투자, 구도심 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 ‘10조원+알파’ 규모의 투자를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가 어려우니 준비하고 있는 투자가 있더라도 결정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지원해야 기업의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투자 시점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투자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는 기재부로선 안이하고 익숙한 정책 조합을 내놓은 셈인데, 대외 여건의 악화와 이에 따른 경기 하방이 예상보다 가파른 상태에서 실제 투자를 이끌어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예상보다 수출, 투자 하락폭이 큰 상황인데 정부 대책은 대개 한시적인 단발 대책”이라며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장기적인 경기를 바라보는 의사 결정인데, 단기적인 세제 혜택으로 변동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급격한 경기 하강에 대처하기 위해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 대규모 감세 등 혜택을 줬음에도 기업의 투자에 큰 변화는 없었다는 점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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