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_김지야
|
정부 ‘2020년 경제정책방향’
‘불확실성의 한 해’ 벗어나 성장률 반등 위해
100조원 규모 민간·민자·공공 투자사업 발굴
세제·규제 인센티브 주고 민자사업 다양화
정부, 올해 2.0%→내년 2.4% 성장률 전망
“대외 여건 개선되고 반도체 업황도 나아져,
투자·수출·내수 등 전방위 노력으로 활력 제고”
전문가들 “성장률 급급해 과거 방식 답습”
“단기 처방 없어 실효성 의문” 회의적 반응
|
그래픽_김지야
|
올해 경제성장률 2.0%를 지키기 위해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가 내년에는 100조원 규모 민간·민자·공공 투자를 발굴해 성장률 반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저성장 시기를 최단기간 안에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투자 활성화에 총력 매진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투자의 방향성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사람 중심 경제’의 가치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방어에 급급해 익숙한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투자 활성화와 경제체질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저성장·양극화라는 구조적 어려움 속에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으며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며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앞장 서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7일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를 돌아보면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해였다”며 “내년 세계경제 회복 등을 최대한 활용해 경기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자의 회복 강도를 높이는데 최우선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3.0%에서 내년 3.4%로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경기활력 제고에 ‘올인’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통한 민간의 성장 기여도 상승을 내년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민간과 민자, 공공 등 3대 분야에서 100조원 규모 투자를 발굴하겠다는 정책 목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2020년 15조원 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추가 발굴할 방침이다. 또 2020년 시행 예정인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 때문에 허가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인 울산 석유화학공장(7조원 규모), 인천의 복합쇼핑몰(1조3천억원 규모) 등 기존에 발굴된 투자 프로젝트 역시 차질없이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민자사업 추진 방식을 다양화해 2020년에 15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를 발굴할 계획이다. 올해 55조원 규모인 공공기관 투자도 내년에는 60조원 규모로 확대를 추진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민자사업, 공기업에서 100조원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라며 “일부는 착공해 실질적 투자가 이뤄지고, 일부는 1∼2년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조원 투자를 끌어내는 노력과 별도로 정부의 건설투자와 자산취득 투자규모도 30조원 정도 될 것이라고 홍 부총리는 설명했다.
|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시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4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저 1.5% 저리로 금융을 지원하고, 환경·안전 투자 등에도 1조원대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세제혜택도 빠지지 않았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생산성향상시설 세액공제(대·중견·중소기업 각각 2·5·10%)를 받을 수 있는 투자 대상에 스마트공장 관련 설비도 추가하고, 투자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적용하는 가속상각특례도 일몰 시한을 올해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혁신성장의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5세대 이동통신망(5G)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고, 신설 무선국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50% 깎아주는 등 ‘3대 패키지’도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가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고자 하는 인공지능(AI) 관련해서는 2020년 안에 관련 규제를 포괄적 네거티브로 전환하고,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도 이뤄진다.
국내 소비를 늘리기 위한 내수 진작 정책도 마련됐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 중 하루를 지정해 텔레비전 등 고가의 내구재 구입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제도와 국내 여행 숙박비에 대해 신문 구독료·도서 구입비·공연비처럼 30% 소득공제를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또 2020년 1분기 중에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입할 경우 일정 금액을 환급하는 제도도 발표될 예정이다. 또 23조2천억원 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서둘러 건설 투자를 늘리고, 수출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올해보다 23조5천억원 늘린 240조5천억원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내년에는 성장률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2.0%, 내년 성장률로 2.4%를 전망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개선되고, 세계교역량 증가율이 올해 1.1%에서 2020년 3.2%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대외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에 따른 전망치다. 김용범 차관은 “미-중 무역 갈등이 지난 15일 1차적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걱정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타결됐다”며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있는 저성장 시기를 최단기간 안에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투자 활성화와 확장적 재정, 수출 지원 등을 망라한 정책 방향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사람 중심 경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투자의 총량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어떤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인지 자원 배분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상황에서 경기 대응에 급급한 정부가 기존의 익숙한 요소투입형 경제성장 정책을 다시 꺼내드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그린 뉴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휴먼 뉴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디지털 뉴딜’ 등 전환적 뉴딜을 투자 확대의 방향성으로 제안했다.
경기가 바닥에 근접한 이상 이런 정책 방향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서는 투자 사이드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새제 혜택이든 뭐든 최대한 동원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며 “정책 당국이 단기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새로운 기업이 등장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대기업에 투자를 더 내놓으라는 접근에 그치고 있다”며 “설비투자 등 증가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당장 경기가 바닥권인 올해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 대응책이 필요한데, 실제 이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책은 많지 않다”며 “경기 대응의 시급성에 비추어 중장기 프로젝트 위주로 정책 방향이 마련돼 2.4%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