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을 정부가 아닌 민간이 오랜만에 주도했다. 올해 1분기 1.8%(전년 동기 대비) 깜짝 성장 중 대부분(1.6%포인트)을 민간이 기여했다. 전체 성장률에서 정부보다 민간의 기여도가 더 높은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완만한 경기 개선 신호라는 기대와 회복세가 한 쪽에 치우쳤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1.8% 가운데 정부 기여도는 0.2%포인트인 반면 민간 기여도는 1.6%포인트로 약 8배 크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인 1.6%도 민간(1.3%포인트)이 정부(0.3%포인트)에 비해 더 많은 기여를 했다.
민간이 성장을 이끈 것은 오랜만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재정 주도 성장’으로 불릴 정도로 정부가 견인했다. 민간 부진을 정부가 과감하게 돈을 풀어 보완했다. 정부는 2019년 총 475조4천억원을 썼고, 2020년은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하면서 총 554조7천억원을 지출했다. 그 결과 2019년 연간 성장률(2.0%)과 2020년 연간 성장률(-1.0%)은 모두 정부 기여도가 각각 1.6%포인트, 1.0%포인트로 민간 기여도를 뛰어 넘었다. 분기별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봐도 2019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 정부 기여도가 민간 기여도를 웃돌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성장 기여도 비중이 역전된 것은 민간의 큰 반등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을 통해 성장에 기여하면서 이미 기준점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탓에 기여도가 낮아 보이는 것”이라며 “민간은 부진이 깊었다가 회복되면서 높은 기여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용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1.8% 성장을 항목별로 나눠보면 내수가 1.1%포인트를 차지하면서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0.7%포인트)보다 기여도가 컸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내수(-2.9%포인트)의 부진을 순수출(1.5%포인트)이 메꾸는 모양새였다. 경제의 효자 역할을 하는 수출과 달리 취약점으로 꼽혔던 내수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순수출은 최근 수출과 수입이 함께 늘면서 증가세가 둔화했다.
다만 아직 우려도 많다. 1분기 민간 기여도에는 정부 도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현금성 이전 지출이 많았는데, 이것은 돈이 민간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지디피 내 정부 지출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히려 민간소비로 잡히는 까닭에 기여도 상승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소비 증가세에 정부 이전지출이 어느 정도 반영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투자가 내수를 견인하는 것에 대해서도 양극화 걱정이 나온다. 주로 반도체 등 제조업 수출 영향이라 회복세가 일부에만 집중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민간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은 해외 수요에 기인하고 있어 내수와 연결돼 국내 선순환을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며 “국내 수요 중 민간소비는 부진해 주요 제조업 기업과 자영업자 등의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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