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안 드는 온실서 365일 열대작물 재배
[헤리리뷰] 제로에너지 농장 일군 공번아씨 부부
중국 전통의 축열벽 방식 응용
기술개선 이뤄지면 실용화 충분
중국 전통의 축열벽 방식 응용
기술개선 이뤄지면 실용화 충분
경기도 이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열대작물인 파파야가 사시사철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지난 2005년 <한겨레>에 처음 소개됐던 공번아(58)씨 부부가 외부 난방에너지 투입이 전혀 없는 ‘100% 제로에너지 온실’에서 파파야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 전통의 축열벽 방식을 응용한 공씨 사례는 국내 저탄소 온실 재배의 실용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에서 귀화한 공번아씨와 당광유(62)씨 부부는 2006년 상반기에 파파야를 첫 수확 하는 성과를 올렸다. 파파야 씨를 처음 뿌리고 1년 반 동안의 숱한 시행착오 끝에 얻은 소중한 결실이었다. 올해부터는 각각 330㎡가 넘는 3개의 제로에너지 비닐하우스 중 한 곳에 심은 200그루의 파파야 나무에서 매주 100㎏을 수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전남 곡성에서 타이어 공장 굴뚝의 폐열을 이용해 파파야 재배를 시작한 사례는 있지만, 공씨처럼 외부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열대작물 대량 생산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다.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공씨 부부가 제로에너지 축열벽 온실의 실용화에 처음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1998년이었다. 이후 2002년 충남 천안의 단국대에 첫 비닐하우스를 세워 제로에너지 기술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 당시 실험 결과, 영하 15도로 떨어지는 날에도 내부 온도는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했으며, 동절기 평균 내부 온도가 외부 기온보다 21.7도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축열벽 무난방 온실의 특허도 3개나 취득했으며, 조만간 메탄가스를 이용한 온실 난방 특허를 2개 더 받을 것이라고 한다.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었지만, 공씨 부부는 농촌이나 에너지 분야로 투입되는 그 흔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올해 초에는 공씨의 기술을 인정한 서울대 교수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내심 큰 기대를 걸기도 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기술관리센터의 연구개발 개발과제에 연이어 응모했지만, 탈락의 쓴잔을 맛보았다.
당시 공씨를 지원했던 이인복 서울대 교수(지역시스템공학)는 “어느 정도의 기술개발 지원으로 경제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데도, 1.5m두께의 축열벽과 철골 구조물을 세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들어 탈락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하고 “태양열이나 지열 등 어떤 대체에너지보다도 적은 개발 비용으로 생산성을 맞출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주문갑 단국대 명예교수(생명자원과학대학)도 “일반 농민이 하기에는 투자비가 벅찬 측면이 있지만, 조금만 개선하면 실용화가 충분히 가능하고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축열벽 두께를 1m로 얇게 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씨의 제로에너지 온실은 1년 중 4~5개월을 놀리거나 턱없이 비싼 난방비를 들여야 하는 일반 비닐하우스와 달리 △1년 365일 수확할 수 있고 △폭설과 강풍에 강한 반영구 시설이며 △품목에 맞는 온도 조절로 고품질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다.
올해 들어 공씨 부부는 고가 작물 생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3개의 비닐하우스 중 1개를 버섯 재배 동으로 꾸려, 연말께 첫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실내 온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대만 등지에서 인기 있는 화고버섯을 생산할 계획이다. 6m 높이의 하우스에 11개 층의 재배 공간을 설치함으로써 단위면적당 생산성도 극대화시켰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유기농 인증 절차도 밟고 있다. 파파야와 황금방울토마토 등을 6년째 순수 유기농으로 짓고 있는데도, 유기농 인증이 없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씨는 자신의 음식점에서 나오는 콩비지와 콩가루 및 족발뼈 등으로 만든 자연 퇴비로 작물을 재배한다.
글·사진 김현대 지역경제디자인센터 소장 koala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