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41) 네이버 새 대표이사가 14일 취임했다. 쇼핑·콘텐츠 등 네이버가 국내에서 성공시킨 사업들을 국외로 확장하고,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등으로 추락한 내부 신뢰를 회복하는 게 새 대표이사의 과제로 꼽힌다.
최 신임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엔에이치엔(NHN))에 입사해 홍보·마케팅 부서 등에서 일했다. 2009년 퇴사 뒤 연세대와 미국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거쳐 기업 인수합병(M&A)·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해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임원)를 지냈다.
네이버는 최 대표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글로벌 네이버’로 발돋움하기 위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창업 초기 검색엔진과 광고사업 등으로 급성장했고, 한성숙 전 대표 취임 뒤에는 ‘꽃 프로젝트’ 전략을 통해 이커머스·콘텐츠·핀테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성장시켜왔다. 꽃 프로젝트란 정보기술(IT)을 고도화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 아날로그 상태로 남아있는 영역의 디지털화를 촉진해 함께 성장하는 전략으로, 무궁무진한 확장성이 특징이다.
다만, 카카오·쿠팡 등 경쟁사들의 부상으로 새 사업영역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외에서도 먹거리를 찾을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미국 변호사와 네이버의 글로벌사업 총괄 등으로 국외 사업에 식견을 갖춘 최 대표이사를 차기 수장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네이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수연 대표이사가 이끄는 네이버는 글로벌 톱티어(Top-tier)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경영의 모든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최 대표이사는 “다양한 사업에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업 간 융합을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만들겠다”며 “앞으로의 네이버는 라인·웹툰·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선 ‘조직문화 회복’이 새 대표이사의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네이버에선 지난해 5월 한 직원이 업무 압박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하다 사망한 이후 수직적 조직문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퇴하고 한성숙 대표이사(CEO)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등 기존 시(C)레벨 경영구조가 해체됐지만, 구체적인 조직문화 개선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근 주총을 앞두고는 채선주 전 최고소통책임자(CCO)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을 두고
직원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채 전 최고소통책임자는 네이버의 인사·홍보 업무를 총괄해, 직장문화 관리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의 사내이사 선임 안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최 대표이사는 주총 뒤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회사의) 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 대표 내정 후) 지난 몇달 간, 네이버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들을 가졌다. 모든 분들이 제게 ‘더 자랑스러운 네이버를 만들어보자’는 주문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성숙 전 대표는 네이버 서비스·콘텐츠를 유럽으로 확장하는 일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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