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랜차이즈 산업이 시끄럽다. 잇따라 터지는 오너리스크에 ‘갑질’ 논란,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하루 평균 2.4개의 브랜드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지만, 불안정한 노동시장 탓에 예비 창업자들은 여전히 프랜차이즈로 몰린다. 우리 삶과 밀접한 프랜차이즈 산업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학계나 협회, 경영자 중심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의 실무자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해 1월 만들어진 ‘공유프랜차이즈포럼’(공유FC)이 업계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모임을 주도한 방수준(35) 알볼로에프앤씨(피자알볼로 체인사업본부) 기획실장을 22일 만났다.
“일본에는 오랫동안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요. 100년 이상 가는 가게는 불가능한 것일까? 프랜차이즈와 골목 소상공인의 상생은 어려울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직접 ‘상생’을 경험하기로 결심했어요.”
‘상생 실험’은 직장에서부터 시작했다. 그가 일하는 수제피자 전문점 피자알볼로 본점은 서울 양천구 신월로에 있다.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곳이다. 방 실장은 지역 상인들과 모임을 시작했고 2015년 ‘동네발전소 협동조합’까지 만들었다. 요리·공예·캘리그라피 등을 배우는 ‘동네야학당’도 운영하고, ‘맛집 지도’를 그려 동네 음식점을 알렸다. 작은 상생부터 실천했다.
맛집 지도·메뉴판 제공 등 지역 상인들과 상생 실천하다
프랜차이즈업계 실무자들 주축 ‘집단지성 모임’으로 확대
공개포럼·팟캐스트·인터넷강의 통해 ‘상생과 공유’ 전파중
“성공을 사회와 공유하는 착한 프랜차이즈 기업 많이 나와야”
“동네야학당을 단순히 자기 계발이 아니라, 캘리그라피 배우는 수강생이 음식점 메뉴판을 만들어주는 등 주변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운영했어요. 수강생도 상인들도 무척 좋아했어요.”
방 실장은 조금 더 외연을 넓히기로 했다. “산업 규모가 큰데도 제대로 된 공부모임 하나 없어요. 업계 사람들과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1월 15명이 처음 만났다. 공유FC의 시작이다. ‘집단 지성’에 목마른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포럼에는 600여곳의 프랜차이즈 실무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예비 창업자 등 회원이 3천명에 달한다. 1년7개월 만에 40번의 공개포럼을 연 것은 물론 팟캐스트, 인터넷 강의, 소모임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업계에선 처음 있는 현상이다.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니, 상생 아이디어들은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 ‘외밥(외식업 자영업자와 밥한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외식업 자영업자들을 만나 밥 한끼 먹으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외식업 자영업자들을 만나 밥 한끼 먹으면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는 모임인 ‘외밥 프로젝트’
“자영업자들을 만나 고민도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자리예요. 개인 자영업자들은 사업 고민을 나눌 상대가 많지 않아요. 그나마 시스템이 갖춰진 프랜차이즈 쪽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본사의 이익만 생각했던 프랜차이즈 종사자들이 주변 자영업자들에게 눈을 돌린 것이다. ‘공유브랜딩’ 프로젝트도 곧 시작한다.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프로젝트예요. 마케팅·기획·상권분석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회원들이 지식을 모아 ‘성공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청년 창업을 돕는 거죠.”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 안에 ‘상생 디엔에이(DNA)’를 차곡차곡 심겠다는 생각이다. 개별 기업을 뛰어넘는 ‘집단 지성’만이 가능한 도전들이다.
프랜차이즈 대표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전 프랜차이즈기업 대표를 불러 브런치를 먹으며, 사업 얘기를 듣는 팟캐스트 ‘공유FC 브런칭’도 인기다. 현재 국수나무 정민섭 대표를 비롯해 8명이 나왔고, 30명가량이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공유FC가 상생과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브런칭에 나온 오너들도 이 부분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방 실장은 좀 더 나은 프랜차이즈를 위해서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프랜차이즈는 특권이 아니예요. 성공을 사회와 공유해야 합니다. ‘착한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준비된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유FC를 통해 실무자들 중에서 이런 오너가 나오길 바랍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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