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9 19:42
수정 : 2019.12.3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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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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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비판 이어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도 다툼 벌여
내년 봄 주총, 경영권 분쟁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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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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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들 편이 아니었다?
한진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독단 경영을 공개 비판하며
남매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한 가운데,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이 다툼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고문이 남매 간 다툼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한진칼 지분을 들고 있던 터라, 모자 간 갈등 표출이 조 회장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한겨레> 취재 등을 종합하면, 지난 25일 조원태 회장은 성탄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이명희 고문 집을 찾았다 크게 다퉜다. 거실에 있던 꽃병이 깨지고 이 고문이 상처를 입는 등 소란이 적지 않았다고 한진 쪽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다만 한진그룹 쪽은 “가족 간의 소동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으로 안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총수 일가의 사적인 일이라 확인이 어렵다”고만 밝혔다.
다툼의 정확한 발단과 과정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진그룹 경영 방식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 편을 들자 다툼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3일 조 회장의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내어 “조 대표이사(조 회장을 가리킴)는 삼 형제가 함께 잘 해나가라는 고 조양호 회장(남매의 부친·이 고문의 남편)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조 회장에 공개 반기를 든 바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조 회장(지분율 6.52%)과 조 전 부사장(6.49%), 막내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6.47%), 이명희 고문(5.31%)이 엇비슷하게 들고 있는 터라, 이 고문과 조 전무가 다툼을 벌이는 남매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조 회장과 이 고문 간의 다툼은 결과적으로 조 회장의 경영권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이 고문이 어떤 이견을 드러내고 해법을 제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현 상태 유지를 바라는 조 회장을 이 고문이 전폭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등 타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자칫 내년 봄(3~4월)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연임에 실패할 수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재계 관계자는 “주총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조 회장이 궁지에 몰린 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영 김경락 기자
mymy@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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