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2 18:23
수정 : 2020.01.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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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고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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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CEO 신년사]
이, 국정농단 재판 앞 ‘반성’ 메시지
차세대 반도체 연구 현장 찾아
정, 4대그룹 중 유일하게 투자계획
“자율주행 등 가시적 성과를” 역설
구광모, 영상 편지서 “고객 마음으로”
최태원 신년사 생략·게스트 발언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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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고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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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시작을 맞아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연구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잘못된 관행 폐기”를 강조했다. 자신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중일 뿐만 아니라 지난달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노조 와해’ 사건으로 법정구속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정의선(50)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단상을 없앤 신년회에서 “5년간 100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4세 경영’의 구광모(42) 엘지(LG) 회장은 ‘디지털 시무식’을 진행하는 등 새해 초부터 젊은 색깔을 그룹에 입히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는 2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안의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삼성전자가 세계 첫 개발한 3나노 공정 기술을 보고받고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과거 실적이 미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라며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사 쪽은 전했다. 이 부회장은 또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며 “우리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김기남 부회장 주재로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시무식을 열었지만 이 부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식 행사 대신 별도 ‘현장 행보’를 택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등 수사가 시작된 2017년부턴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는 17일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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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2020년부터 5년간 100조원 이상을 그룹에서 투자하겠다”며 4대그룹 리더 가운데 유일하게 신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신년회를 열고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상상 속 미래가 현실이 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런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전동화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을 강조했다. 이날 시무식에는 단상이 없었다. 정 부회장은 양복 재킷에 마이크를 차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엘지에서는 오프라인 시무식이 없어졌다. 구광모 엘지 회장은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 ‘엘지 2020 새해 편지’를 임직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체했다. 구 회장은 “모든 것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 사항)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고객의 마음을 읽은 뒤에는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는 방향이 보이면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신년 행사를 주재한 정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이 젊은 감각을 앞세우는 등 본인의 경영 스타일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에스케이그룹 신년회에 참석했지만 발언 기회는 소셜벤처 지원사업을 하는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에스케이텔레콤 사외이사인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등에게 양보했다. 뻔한 시무식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의 사업 방식과 경영습관, 일하는 태도 등 모든 요소를 바꿔나가야 한다. 적당히 잘하는 것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위기 의식을 불어넣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핵심 사업은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격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적어도 10년 후 한화가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대체불가한 세계적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4년 이후 모든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매년 신년사는 내놓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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