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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국민주택기금 무엇이 문제인가?

등록 2006-03-13 19:43

52조 자산 주먹구구식 운용…서민피해·부실대출 허점투성이

“사실 정부기금으로 나가는 전세자금 대출이건 주택구입자금 대출이건, 좋은 직장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한테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건교부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국민주택기금을 취급하는 한 은행 관계자)

건설교통부가 2003년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해 나온 ‘국민주택기금의 역할 재정립 및 운용개선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보면, 연구자들은 “기금 대출을 할 때 소득 뿐 아니라 자산을 포함한 부(wealth)를 기준으로 혜택을 차등화하고, 단기적으로는 대출신청자의 기본급이 아닌 가구 전체의 총소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달 생애첫대출로 기금이 바닥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출 기준을 가구의 총소득으로 바꾸는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이미 연봉 5천만원 이하에 속하는 고액 봉급자들이 1조원 가까운 돈을 싼 금리(5.2%)로 가져간 뒤였다.

사무관 2명이 관리…지출 30%는 자의적 사용 가능
생애첫대출 부처간 조율 안돼 삐걱…개선 권고도 무시
부실업체에 임대주택 건설자금 융자해 부도 양산


당시 한국개발연구원은 또 국민주택기금의 전반적인 문제점으로 △대출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건설회사 위주로 자금이 배분되며 △기금이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동원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이같은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5c기금 관리 어떻게 하나= 기금의 관리주체는 5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기금규모에 걸맞지 않게 단촐하다. 기금운용 책임자인 건설교통부 장관과 국장급인 주거복지본부장, 과장급인 주거복지지원팀장이 있고, 실무자는 사무관 2명이 각각 기금운용과 기금제도 부분을 나눠 맡고 있다. 한해 기금 운용계획을 세우면 기획예산처의 기금정책심의회와 국회 승인을 거치도록 돼 있지만, 국내 모든 기금을 심의해야 하기 때문에 꼼꼼히 따지기 어렵다. 또 기금의 주요 지출금액의 30%는 국회 심의나 보고 절차없이 행정부 임의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


건교부는 지난해 11월 기금을 취급하는 은행들과 ‘국민주택기금취급은행협의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 은행 관계자는 “협의회에서는 제도나 상품, 대출조건 등 업무취급 절차만을 상의한다”면서 “은행은 사실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집행하는 기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수요 예측 등 기금운용을 위한 금융 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한 부분이다. 정부의 기금운용 규정에는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바꿀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지난달 말 대출금리(생애첫대출, 근로자서민주택자금대출)는 올리면서, 가입자 219만명인 청약저축의 예금금리를 내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도 이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5c겉도는 부처간 협조= 금융권에서는 “생애첫대출이 오히려 주택금융시장 교란하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생애첫대출은 과거 정부가 단기 주택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주택금융공사를 만들고 모기지론(보금자리론)을 도입하면서 중지됐으나, 8·31 대책 때 다시 부활했다. 이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부증권(MBS) 발행이 보류되거나, 모기지론 판매액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주택정책에 쓰이는 같은 정부예산인데, ‘교통정리’가 안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진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쪽은 생애첫대출 시행 전 상급기관인 재정경제부에 이런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5c임대주택 건설자금 관리도 시급= 임대주택 건설자금 대출은 주택기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부도임대주택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임대주택 건설자금 융자 관리에 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금에서 부실한 업체에 대출해줘 결과적으로 임대주택 서민들만 거리로 나앉은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민간건설업체 임대주택의 의무임대기간을 절반으로 줄여준 탓이 크다. 경실련 김성달 간사는 “건설업체의 기금 지원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기금 위탁업체인 은행들의 부실한 기금 대출관행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도 “기금 대출 대상 건설사의 부채비율 등을 분석한 결과, 60% 정도가 전체 건설업체 순위의 6분위 이하로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부실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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