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래미안·자이 쓰게 해달라”
업체 “브랜드 차별성 유지 안돼”
업체 “브랜드 차별성 유지 안돼”
업체 합의해야 개명 무단변경했다 원상복귀도 집값을 올리고 싶어하는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건설업체를 상대로 아파트 브랜드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급증해, 이에 난색을 보이는 건설사들과 다툼이 잦아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무단으로 주소지 아파트 명칭과 다른 브랜드를 외벽에 새기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9일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에 새 브랜드를 붙여달라고 건설업체에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새 브랜드를 붙이면 집값이 오르고 이미지도 좋아진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품질이 다른 옛 아파트에 새 브랜드를 붙이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00년 ‘래미안’ 브랜드가 출시되기 이전에 입주한 삼성아파트에는 래미안을 붙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고객들을 위해 품질의 차별성을 갖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에스엠3 자동차에 에스엠7을 붙여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우건설(푸르지오)과 지에스건설(자이), 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 등 대형 건설사들도 브랜드를 바꿔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일체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중견 건설사는 민원에 밀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남기업은 최근 분당새도시 야탑동 매화마을 공무원아파트를 새 브랜드인 경남아너스빌로 바꿔주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건설업체 허가없이 새 브랜드로 건물 도색을 바꿔 주소지의 공식 명칭과 도색상 명칭이 다른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삼성아파트는 아파트 외벽에 래미안을 붙였고, 사당동 엘지아파트는 자이 아파트로 도색을 바꿨다. 이들 단지의 경우 등기부와 주소지 공식 명칭은 예전 그대로이다. 최근 서대문구 대현동 럭키아파트는 외벽 도색을 자이로 바꿨다가 원상복구를 요청한 건설사쪽의 요구로 다시 럭키아파트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현행법상 아파트의 등기명칭을 바꾸려면 관할 구청과 건설사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입주민들이 희망하면 아파트 명칭을 바꿔주자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는 입주자 대다수의 동의가 있으면 관할 관청이 아파트 명칭 변경을 허가해주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명규 한나라당 의원 발의)이 지난해 말부터 계류돼 있다. 그러나 주택업계는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브랜드 변경으로 고유한 상표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를 방지하도록 아예 법상으로 외벽 도색을 포함한 아파트 명칭 변경을 금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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