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무용 천안시장
인구 불어나자 업체 값올리기
시장 “검증권 있다”인상 제동
아산새도시·용인에도 영향 줘
시장 “검증권 있다”인상 제동
아산새도시·용인에도 영향 줘
충남 천안에서는 지난 3년간 24개 단지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분양값 상승률은 매년 4% 안팎으로 일정하게 유지됐고, 시민들은 아파트를 평당 600만~650만원에 분양받았다. 일부 지역의 땅값이 들썩거리기도 했지만, 이 땅을 사들여 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들도 손해보지 않았다.
천안의 안정된 분양값은 인근 도시와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평택은 인구가 37만명으로 천안(52만명)보다 적고 땅값이 비교적 싼데도, 분양값이 평당 최고 770만원까지 올랐다. 청주시에서도 최근 731만원에 분양 승인이 이뤄졌다.
천안의 분양값에도 위기가 있었다. 2002년 이후 매년 인구가 늘어 주택 수요도 늘었고, 4만7천명이 늘어난 2004년 초기엔 분양값이 폭등할 조짐을 보였다. 천안시가 분양값을 올리려는 건설업체들에게 제동을 건 것은 이 때부터다. 시는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분양값 상한선을 정하기 시작했다. 2004년엔 599만원, 2005년 624만원, 2006년 655만원. 이를 넘어서면 입주자 모집을 승인하지 않았다. 건설업계와 마찰은 있었지만, 시민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최근엔 시행사와 법정 싸움도 벌어졌다. 지난 2월 천안 불당동과 쌍용동에 아파트 297가구를 평당 877만원에 공급하겠다는 한 시행사의 신청이 반려되자, 이 시행사가 천안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지난 8월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분양까지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성무용 천안시장(한나라당 소속)은 “건설사가 제출한 땅값과 건축비가 적정한지 검증하는 것은 단체장의 권한이고 의무”라며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천안시의 사례는 다른 지자체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아산 새도시 주공아파트를 청약한 김동주씨는 “처음엔 평당 75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주공이 천안시를 의식해 평당 680만원까지 분양값을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분양값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용인시도 올해 시장이 바뀐 뒤 분양값 거품 제거에 나섰다. 용인시는 전문가 10명 안팎의 ‘시 분양가 자문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정석 용인시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지금껏 단 1건의 아파트 신규 사업도 허가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천안시와 같은 지자체의 외로운 싸움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선 시·군·구 등 자치단체에 독립성을 갖는 심의기구를 설치해, 민간업체들이 짓는 아파트 가격도 분양 신청 때 검증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천안시가 재판에 진 이유는 법적 근거의 부족이었다”며 “다른 지자체도 유사한 송사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검증위원회 신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때마침 정부는 지난 3일 아파트 분양값 인하 대책을 발표하면서, 민간 아파트 분양값 인하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나 원가연동제 적용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천안과 인근 도시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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